오피니언 사내칼럼

국회 떠나는 '미래학자' 홍성국, “정치 끝내도 수축사회 경고음을 계속 울릴 것”

◆1인 싱크탱크 컴백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축사회' 대응하려 정치 입문했으나

극단의 정치로 중도정책 설땅 없어

재선하면 3선 도전 '노욕' 부를 것 같아

의정활동 자평 '60점'…'전투력' 약해

1호 발의 세종 국회 이전법 통과 ‘보람’

증권맨 출신 홍성국 전 의원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4년 동안의 정치 경험을 말하고 있다. 권욱기자증권맨 출신 홍성국 전 의원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4년 동안의 정치 경험을 말하고 있다. 권욱기자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면 예순여섯이 되는데 아마 그때는 약간 치매기가 올 수도 있겠죠. 그러면 3선에 나선다는 둥 원내대표에 도전한다는 둥 노욕(老欲)으로 정신 나간 소리를 할 것 같아요. 그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쯤에서 떠나야죠.”



21대 국회 종료(29일)를 일주일 앞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홍성국(세종갑)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실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30년 증권맨 출신인 홍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탄탄한 지역구를 둔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이다. 그는 당시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진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는 내용의 불출마 변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홍 전 의원은 불출마 변에 대해 부연 설명해달라고 하자 두 개의 정치를 말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는 권력 획득의 정치가 30%, 나머지 70%의 정치는 국가 비전과 개혁 정책 마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안에서 보니 완전히 거꾸로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설계도를 만들고 세상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는 거의 없더군요.”

정치를 계속하다가는 인생이 망가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정치를 계속하기보다는 과거부터 천착해온 미래 과제를 연구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년 전 자신의 20년 연구 과제의 압축판인 ‘수축사회’ 대응을 위한 제도를 국회에서 만들겠다며 정치권 입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의 희망과 포부는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양극화·제로섬 정치 앞에 좌절하고 무너졌다. 정치권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당장 지역구 관리부터 힘들었다.

“지역구 정치, 지역구 관리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 너무 낯설었어요. 이런저런 정책 발굴도 제법 많이 했습니다. 한데 중립적인 정책은 당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어떤 정책은 민주당 의원이니 퍼주기라는 굴레를 씌우더군요. 정치 양극화로 정책도 점점 양극화해 중도적 정책이 거의 사라진 것 같아요.”

양극단의 ‘아령형 사회’…손잡이가 얇아 부러질 지경


홍성국 전 의원은 “경제가 쪼그라드는 수축사회에 대응하려면 정책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욱 기자홍성국 전 의원은 “경제가 쪼그라드는 수축사회에 대응하려면 정책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욱 기자


홍 전 의원은 우리 사회를 양극단만 존재하고 중간이 얇아지는 ‘아령형 사회’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중립적인 말을 하면 다 묻혀버리고 미래를 말하면 먹혀들지 않았다”며 “이제는 손잡이가 얇아 거의 부러질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우리 사회와 정치의 깊은 속살을 봤다고 할까요. 국회에서 제도화가 왜 안 되는지, 또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경험이 앞으로 연구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금처럼 정신이 멀쩡할 때 더 공부를 해야죠. 정치는 끝내도 수축사회 경고음을 계속 울릴 것입니다.”



대우증권 증권맨 시절 그에게는 ‘여의도 미래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리서치센터장 출신답게 2004년부터 미래 과제를 주제로 한 책을 꾸준히 냈다. ‘디플레이션 속으로(2004)’ ‘미래설계의 정석(2012)’ ‘세계가 일본된다(2014)’ 등이 그것이다. 미래에셋대우 최고경영자(CEO)에서 2016년 물러난 지 2년 뒤에 쓴 ‘수축사회’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관련기사



“수축사회에 대응하려면 정책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직업 관료들은 어림도 없을 것이에요. 관성의 힘이 작용하고 이해관계도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가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그는 극단의 정치, 대결의 정치를 수축사회의 현상으로 설명했다. “제로섬 게임은 수축사회의 전형적 모습입니다. 100% 다 먹든지, 제로든지 둘 중 하나예요. 과거에는 사회가 팽창하기에 100% 다 안 챙겨도 먹을 게 있고, 패자도 먹을 게 있지만 수축사회에서는 패자가 되면 먹을 게 없습니다. 그러니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요.”

좋은 정책 여의도 정치권에 던질 것민주당 안 받으면 국힘에도


지난해 말 출간된 ‘수축사회 2.0’지난해 말 출간된 ‘수축사회 2.0’


홍 전 의원은 ‘4년 의정 활동에 대해 몇 점을 주겠느냐’고 묻자 60점대라고 했다. 낮게 매긴 이유에 대해서는 “전투력이 약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제안한 정책을 입법화하기 위해 좀 더 치열하게 싸워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후회가 된다”고 했다. 지난해 대표 발의한 ‘금융교육진흥법’ 제정안이 특히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의정 활동에서 보람을 느낀 것으로 국회의 세종 이전 근거 법안의 통과를 꼽았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은 홍 전 의원의 1호 법안으로 2021년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에는 후속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 규칙 개정안도 마련됐다. 그는 “지금의 세종시가 없었더라면 대전과 충주 같은 중부권 도시의 쇠퇴가 더 촉진되고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졌을 것”이라며 “세종시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쯤 되면 완전히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홍 전 의원은 미뤘던 독서부터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 년에 50권가량 책을 읽는데 올해 특히 읽지 못했다”며 “연구하고 책을 쓰려면 독서량부터 늘려야 하고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니 확보한 데이터를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인 싱크탱크(혜안 리서치)로서 좋은 정책을 민주당에 제시하고 당이 안 받으면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