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초격차 기술을 갖춰야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반도체는 물론 조선과 배터리 등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에서 대체 불가의 기술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삼성전자 상임고문)은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4’ 특별 강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대체 불가한 기술에 있다”며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해 첨단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중국의 첨단산업 공급망이 분리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잃지 않으려면 독보적인 기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4·5면
김 회장은 “한국은 반도체와 조선 등에서 대체 불가 기술을 만든 역사가 있다”며 “산업계와 정부·학계가 힘을 합치면 분절되는 글로벌 체인에서도 시장을 지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도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시장을 나누지 않고 함께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며 “시장별로 특화된 기술 수준이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시장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포럼에서는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가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 좋은 기회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날 열린 차세대 2차전지포럼에 참가한 송준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은 한국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라며 “규모의 경쟁을 넘어 기술 개발을 통해 질적 성장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