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하이브와 내홍을 겪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한 달여 만에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한 달 전보다 차분해진 모습으로 등장한 민 대표는 홀가분하다면서도 하이브에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는 대의를 생각해 감정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이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고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배임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민 대표를 해임안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민 대표는 이에 대항해 법원에 하이브의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막아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냈고, 전날인 30일 법원이 이를 인용하며 하이브는 민 대표의 해임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하이브는 이날 오전 열린 임시주총에서 법원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민 대표의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어도어의 기존 사내이사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 등 2인을 해임한 후 하이브 측 임원 3명을 새 이사로 하는 결의안을 올렸다.
법무법인 세종 측은 "많은 분이 이제 민 대표가 해임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대표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해임될 수 있다"며 "법원 결정 취지는 결국 (민 대표가) 대표이사로서 해임 사유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하이브가 이 취지를 존중한다면 대표이사들도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대표이사회가 또 개최되면 저희가 또 가처분 신청을 해서 힘들어져야 할 수도 있다"며 "다른 이사들로 하여금 민 대표를 해임시키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민 대표는 법원이 손을 들어줌으로써 큰 산을 넘게 됐다. 한 달여 전 기자회견과는 달리 밝은 얼굴로 단상에 오른 민 대표는 "개인적으로 누명을 벗었기 때문에 홀가분한 건 있다. 큰 짐을 내려놨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제 주변 분들보다도 저와는 생면부지인 사람을 응원해 주신 대중에게 감사하다. 버니즈(뉴진스 팬덤명)에게도 감사하다. 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든 보은할 예정”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이사이자 뉴진스의 프로듀서로서 하루빨리 업무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고 바랐다. 민 대표는 "뉴진스라는 팀으로 계획했던 일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며 "제가 해임이 될 요건도 없는데 해임이 된다는 것 자체가 저희들에게도 고통이고, 주주분에게도 큰 피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이제 대의적으로 실익을 생각해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업적인 비전을 위해 다같이 가는 조직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건설적이고 건강한 논의와 타협이 필요하다"며 "하이브는 감정적인 부분은 다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다음 챕터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와 화해를 원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당연하다. 제가 싸움을 일으킨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뉴진스와 같이 하기로 한 일련의 플랜을 쭉 가져가고 싶다. 그리고 이게 그 누구에게도 손해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홍 이후로 방시혁 의장을 전혀 만난 적 없다고 밝힌 민 대표는 "신의는 쌍방이고, 협상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하이브가 오해하지 않도록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하이브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저도 크게 달라질 순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 대표는 앞서 주주간계약 독소조항으로 제기했던 장기간의 경업금지약정에 대해서도 수정을 요구했다. 민 대표는 "경업금지조항 독소조항만 없어지면, 제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걸 포기하고서라도 타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