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리튬이온 배터리 등 대만산 제품 130여 개를 대상으로 관세 감면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만이 양안(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이달 출범한 반중·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정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3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대만 지역은 일방적으로 본토산 제품 수출을 금지하고 제한하는 등 차별적 조치를 취했으며 이는 ECFA 규정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관세위는 이어 “대만 지역은 (중국 본토산 제품에 대한) 무역 제한을 없애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ECFA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 감면을 추가로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관세 혜택이 중단되는 대만산 제품은 윤활기유와 유동파라핀, 리튬이온 배터리, 차량 부품, 레이싱 바이크, 골프 장비, 각종 플라스틱 및 금속 제품 등 134개 품목이다. 이같은 조치는 6월 15일부터 발효된다.
중국은 올해 1월 치러진 대만총통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해 12월에도 대만산 프로필렌, 부타디엔, 이소프렌, 염화비닐 등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8개월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만이 중국 본토산 광물, 농산물, 섬유 제품 등 2509개에 달하는 품목에 대해 무역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은 해당 조치를 1월부터 실시했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무역 자유화와 관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ECFA를 체결하고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에 대해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해왔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역 제한 강화는 앞선 20일 취임한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라이 신임 총통을 겨냥한 조치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지난해 12월 본토에서 ECFA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 중단을 발표한 후 민진당은 되레 ‘대만 독립 ’분열 오류를 멋대로 퍼트리고 양안 대결을 선동해 ECFA 실시 기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본토에서 ECFA 일부 제품 관제 감면을 추가로 중단한 것과 관련한 책임은 온전히 민진당 당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중 성향을 띤 라이 대만 정부에 대한 중국의 압박 수위는 강화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라이 총통 취임 나흘째인 23일부터 이틀간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9일 ‘대만 포위 훈련’과 관련해 “대만 독립 도발이 그치지 않으면 해방군의 국가 주권·영토 완전성 수호 행동은 잠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중 성향의 야당이 주도하는 대만 의회는 28일 총통의 권한을 축소하는 ‘의회 개혁법’을 과반(출석 의원 103명 중 58명) 찬성으로 가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