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 나이에 무슨?” 천만에…팔순 넘어도 대장암 수술 합니다[건강 팁]

■이선일 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고령층에서 호발하는 대장암…평균 63세에 진단

고령이라도 적극적인 수술·항암화학요법 시행해야

전이·재발암 치료 역량 갖춘 의료기관 선택도 중요

이선일(왼쪽) 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외래진료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이선일(왼쪽) 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외래진료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세계보건기구(WHO)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한다. 대장암은 평균 약 63세 때 진단 받는 만큼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대장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노인이고 80~90대 대장암도 흔해졌다. 노인 대장암 환자를 치료할 때 중요한 점을 5가지로 정리해 봤다.



첫째, 대장암은 환자가 고령이라도 적극적인 수술이 권고된다. 대장암은 원격전이가 일어난 4기라도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위장관계 악성종양이다. 수술을 통해 대장암의 근본적 치료는 물론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진단 후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긴 데다 다발성 전이 등 질환의 악화보다 장폐색, 장천공, 출혈 등 동반되는 합병증에 의한 사망 위험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은 70대가 넘은 대장암 환자도 평균 기대여명이 10년 이상 되는 만큼 병기와 관계없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한다. 고대구로병원에서 2015~2022년 80세 이상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약 68.1%에서 간, 폐 등 전이 병소의 동반 절제수술이 가능했다. 80세 미만 환자들의 치료성적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일부 환자는 3회 이상의 절제수술과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완치에 이르기도 했다.

직장암 환자의 PET-CT 검사 결과 골반 안쪽의 직장암과 서혜부의 전이된 림프절이 활성화되어 붉은 색을 띠고 있다.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직장암 환자의 PET-CT 검사 결과 골반 안쪽의 직장암과 서혜부의 전이된 림프절이 활성화되어 붉은 색을 띠고 있다.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둘째, 재발 억제를 위해 적극적인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가 필요하다. 대장암의 완전 절제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은 약 6개월간 진행된다. 이를 통해 10% 이상의 재발율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3기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이 85%이상임을 고려할 때 생존율 10%를 좌우한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크다. 다만 상당수 고령 환자들은 심장, 폐,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전문가와 상담, 평가를 통해 항암화학요법 시 환자에 맞는 약물용량이 결정돼야 한다.

관련기사



셋째, 전인적 건강평가 및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 외과, 내과 등 암치료 전문의 뿐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수술 및 항암화학요법 전후의 섬망을 방지하고 인지능력 유지, 노화 등에 관한 전인적 건강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대장암 다학제팀은 고령 환자에 특화된 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에 참여해 고령 환자들의 정신건강을 살피고 있으며 스포츠의학실과 함께 항암화학요법 시행 시 근력 유지와 항암력 증대에 관한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넷째, 적절한 의료기관을 선택해야 한다. 대장암의 원발부위인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은 범위와 방법에 대한 과학적 이론이 100여 년 전에 확립됐다. 개복수술에서 시작해 복강경, 로봇수술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절제 범위는 큰 변화가 없다. 일차적 대장 수술방법이 상향평준화되어 있는 오늘날 고령인 대장암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는 지역적 접근성과 함께 노인 환자군에 특화된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는지, 전이 및 재발 환자에 대한 치료 역량이 충분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모가 크고 이름이 알려진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표준화된 수술 이후 항암치료와 합병증 발생 시 높은 접근성, 암재발 시 환자 맞춤형 치료다.

전이 없는 원발성 대장암의 수술이 표준화 되어 있는 데 반해 재발 및 전이성 대장암은 다양한 전이 형태에 따라 복잡한 의사결정과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 명의 대장암 명의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명팀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암 진단과 초기 치료를 받았더라도 후속 치료는 거주 지역의 협력 의료기관에서 받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환경에서 최적의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진과 협력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상의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암치료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40세 이상의 남성, 50세 이상의 여성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된다. 65세 이상의 노인도 최소 5년 내 1회 이상의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 암검진 사업은 검사 전 장세정의 번거로움과 비용으로 인 분변잠혈검사를 1차 검사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의 민감도, 특이도, 치료 능력(용종절제술)을 고려할 때 고령 인구에서 주기적 대장내시경 검사는 실보다 득이 크다. 대장암은 암 자체의 진행보다 합병증에 의한 고통과 위험이 큰 질환이지만 말기 환자를 포함한 모든 환자군에서 완치율이 높다. 상대적으로 고령 환자에서 호발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적극적인 내시경 검사와 치료를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선일 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이선일 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