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의 사이 6월은 도보여행 삼매경에 빠지기 좋은 계절이다 강과 숲, 바다와 도시가 이어지는 경기도의 도보길 6곳을 경기관광사의 안내로 소개한다.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좋은 것이 경기도 도보길의 최대 장점이다. 완주를 목표로 걸어도 좋고 가족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즐겨도 좋다.
◇경기도 구석구석…‘경기둘레길’
경기도의 외곽을 따라 조성된 장거리 도보여행길이다.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대명항에서 시작해 경기도 경계를 따라 한 바퀴 돌아오는 총 길이 860km, 60개 코스의 순환 둘레길로 경기도와 15개 시·군이 협력해 만든 길이다. 경기둘레길은 지역별 특징을 담아 4개의 권역으로 구성돼 있다. DMZ 외곽 걷기 길을 연결한 평화누리길, 푸른 숲과 계곡이 있는 숲길, 강을 따라 너른 들판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물길, 청정 바다와 갯벌의 매력이 넘치는 갯길이다. 경기둘레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는 스탬프북이나 트랭글, 램블러 앱을 이용해 전 구간을 완보하면 경기관광공사로부터 인증서와 함께 완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6월에 걷기 좋은 경기둘레길 대표 코스는 안성 42코스다. 경기둘레길 중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코스다. 청룡사에서 서운면사무소까지 거리는 6.4km, 도보로 약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소설 ‘장길산’의 배경이며 안성남사당 바우덕이의 근거지였던 청룡사의 고요한 풍경과 서운산 숲길을 따라 가벼운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서운면 들판과 포도밭을 지나면 종료점인 서운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안성터미널로 이동할 수 있다.
◇서해의 보석 대부도를 ‘두발로’
대부해솔길은 ‘서해의 보석’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대부도를 해안선을 따라 둘러볼 수 있는 산책길이다. 91km에 이르는 총 10개 코스로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소나무숲길, 염전길, 석양길, 바닷길, 갯벌길, 포도밭길, 시골길 등 대부도만의 특별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계절별 철새를 관찰하고 해수욕과 갯벌 체험을 겸할 수 있다.
대부해솔길 1코스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방아머리 선착장을 시작으로 돈지섬안길까지 이어지는데 방아머리해수욕장, 구봉도, 개미허리, 낙조전망대 등 관광 명소를 줄줄이 만날 수 있다. 특히 개미허리와 낙조전망대 구간은 이국적인 풍경과 아름다운 노을로 인기가 많다. 1코스를 모두 걷기 부담스럽다면 종현어촌마을에서 낙조전망대까지만 왕복해도 좋다. 1코스의 핵심 구간으로 빼곡한 소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는 숲길로 가서 돌아올 때는 너른 서해의 갯벌이 펼쳐진 바닷길로 오는 것이 좋다. 트레킹을 즐긴 후에는 대부해솔길 주변의 창 넓은 카페에서 차 한잔하면서 노을이 깊어가는 바다를 구경해보자.
◇'문화생태탐방로' 여강길
여강길은 여주의 역사, 문화, 생태를 모두 섭렵할 수 있는 도보여행 길이다. 유명 관광지부터 특별한 생태 거점을 잇는 14개의 코스가 140km 구간에 조성돼 있다. 2009년 경기도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었다. 특이하게 처음에는 순수 민간차원에서 길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자연 보존 순례길을 유지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단법인 여강길은 길 안내와 완주자 인증, 걷기 대회와 사진전 등 다양한 여강길 행사를 개최한다. 걷다가 필요할 때마다 안내 표식과 이정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등 전체적으로 길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10코스 천년도자길이다. 천남공원에서 시작해서 싸리산 정자를 경유해 신륵사관광단지의 여주시종합관광안내소까지 걷는 길이다. 여강을 오른쪽을 두고 마주하는 풍경을 즐기다 보면 달팽이공원부터 검붉은 버찌가 가득 달린 벚꽃나무 터널에 가 닿는다. 이어서 여주를 도자기 고장으로 알리게 된 오학동을 지나면 여주박물관에 도착하면서 10코스가 모두 종료된다. 여주의 길과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여주박물관의 기획전시 ‘여주, 길로 통하다’를 관람하면 더욱 알찬 도보여행이 될 수 있다.
◇미래 해양 레저 중심지 ‘한 바퀴’
올해는 시화호 조성 30주년이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리던 시화호가 지금은 철새가 머물고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는 생명의 호수로 재탄생했다. 아울러 호수와 바다를 잇고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꿈꾸는 대표적인 곳이 거북섬이다. 시화호 북측 간석지에 위치한 복합산업단지인 시화 멀티테크노밸리(시화MTV)에 조성된 거북섬은 미래 대한민국 해양 레저를 이끌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최초 인공 서핑장인 웨이브파크를 시작으로 상업·숙박 시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시흥시에서는 시화호 30주년을 맞아 거북섬과 해양 레저를 주제로 한 다양한 축제를 준비 중이다.
거북섬 둘레길은 평탄한 코스인데다 바닷바람이 시원해 걷기와 자전거 타기 모두 좋다. 현대적인 건축물과 드넓은 서해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도보여행은 웨이브파크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시화호 수변길을 따라 경관브릿지와 시화MTV거북섬라펜앤까지 걷고 공영주차장으로 복귀하는 코스가 좋다. 경관브릿지는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계류장까지 이어지는 다리로 모두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아름다운 시화호의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6월에 공식 개방될 예정이다.
◇전철 타고 가면 딱, ‘물소리길’
물소리길은 남한강과 북한강의 맑은 물과 자연의 소리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코스다. 양평군을 관통하는 9개 코스 모두 다양한 즐거움과 매력으로 도보여행객에게 걷는 재미를 선사한다. 물소리길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경의중앙선 전철과 연결되는 점이다. 양수역, 양평역, 용문역 등 전철역을 따라 길이 이어지며 각 코스의 시작과 끝 지점 또한 전철역이다. 길 완주를 목표로 나누어 걷는 도보여행자나 가벼운 산책을 원하는 가족단위 여행객 모두에게 적합하다. 주말이면 양평행 경의중앙선이 늘 인파로 북적인다. 코스마다 마을의 골목을 지나며 사람과 자연의 어우러짐도 체험할 수 있다. 물소리길 간판, 방향 표시, 리본 등이 잘 갖추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6월의 물소리길은 옛 철로를 따라 걷는 2코스가 어울린다. 신원역 1번 출구에서 6번국도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물소리길 2코스가 시작된다. 넓게 펼쳐지는 남한강의 수려한 풍경에 기분도 상쾌하다. 왜 길의 이름이 물소리길인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구간이다. 토끼굴과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고 이문고개를 넘으면 국수역이다. 역 안에 시원한 휴게실이 있으니 잠시 쉬어가기 좋다. 다시 길을 재촉해 원복터널을 지나면 어느새 종료점인 아신역에 도착한다. 아신역 주변에서는 담백하고 시원한 옥천냉면을 즐길 수 있다. 가벼운 차림으로 천천히 걷기 좋은 길이다.
◇오래된 풍경과 만난다…‘한탄강 주상절리길’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탄생은 최대 54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북한 평강에서 폭발한 화산의 용암이 포천, 연천, 파주까지 흘러 넓은 용암 지대가 형성됐다.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모양으로 굳어졌고 그 틈으로 오랜 세월 강물이 흐르면서 협곡과 폭포가 만들어졌다.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세계지질공원 내에 조성된 도보여행 길이다. 그중 비둘기낭폭포에서 멍우리협곡을 잇는 3코스 ‘벼룻길’이 가장 인기가 많다. 비둘기낭폭포는 현재 비둘기가 살지는 않지만 신비로운 풍경으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비둘기낭폭포에서 한탄강까지 약 400m 가량 독특한 모양의 주상절리와 깎아지른 협곡이 이어진다. 이어서 하늘다리를 지나면서 유유히 흐르는 한탄강과 현무암 주상절리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멍우리협곡은 30~40m 높이의 주상절리가 4km 넘게 펼쳐져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다. 선캄브리아기에서 신생대를 거쳐 현생 퇴적층까지 시대별 지질과 암석을 관찰할 수 있다. 트레일 중간에 풍경이 좋은 곳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일부 구간만 제외하면 대부분 평탄한 산책길이라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