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대학 총장이 반유대주의 트윗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해임 위기에 몰렸다.
1일(현지시간)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41세 수학자이자 베를린공대 첫 여성 총장인 게랄딘 라우흐는 유대계 매체 위디셰알게마이네가 제기한 의혹으로 인해 반유대주의 논란에 휘말렸다.
위디셰알게마이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라우흐 총장이 엑스(X·옛 트위터)의 반유대주의 트윗 3개에 '좋아요'를 눌렀다며 "진심으로 유대인 혐오에 맞서겠다는 약속에 큰 의문을 갖게 된다"고 비판했다.
라우흐 총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에 나치 상징물을 그려넣은 튀르키예 시위대의 포스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대량학살이라고 주장하는 글 등에 '좋아요'를 눌렀다.
라우흐 총장은 사과문을 내고 "휴전을 염원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반유대주의 이미지와 언어를 적극적으로 인식했다면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유대인 사회에서 정치권까지 확산됐다.
독일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라우흐 총장은 우리 신뢰를 저버렸다"며 "총장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 유대인 학생이 어떻게 안전하다고 느끼겠느냐"고 지적했다.
베티나 슈타르크바칭거 연방 교육장관은 "대학에 이스라엘과 유대인 혐오를 위한 자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마르코 부슈만 법무장관도 "학문의 과제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자신이 반유대주의에 동조하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젊은 학자들에게 모범이 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좌파 성향으로 알려진 라우흐 총장에 대한 정치적 공격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학 학생회는 그동안 총장이 교내 각종 시위와 반유대주의에 잘 대처했다며 "총장의 정치적 입장에 불쾌감을 느낀 우파들이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일 쏟아지는 비난에 대학 학술평의회는 결국 내달 10일 임시회의를 열어 총장 해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라르스 외베르디크 대학 사무처장은 비판을 이해한다면서도 "정치권에서 결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