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만 무려 1300만명이 넘는 중국판 수학능력시험 가오카오(高考)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시험장 주변 호텔 예약이 동나고, 전국엔 대부분 마약 성분인 이른바 '똑똑해지는 약'을 찾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리며 공안이 주의보를 발령했다.
3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올해 가오카오 응시 인원이 전년 대비 51만 명 늘어난 1342만 명이라고 밝혔다. 1364만 명인 경기도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시험장 주변 호텔인 이른바 가오카오방은 구하기도 어렵다. 이미 특수다. 중국 여행애플리케이션 씨트립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전국 시험장 반경 3km 이내 호텔 예약은 평균 전년 동기 대비 줄잡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상하이, 청두, 시안, 난징, 광저우 등 10개 도시는 가오카오방 예약 건수가 가장 많은 도시로 집계됐다. 칭다오와 난징 등은 전년 대비 500% 이상 예약이 늘었다.
중국의 수능 격인 가오카오는 하루에 끝나는 한국 수능과 달리 나흘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는 6월 7일 아침 중국어 시험을 시작으로 10일 마지막 지리 시험으로 끝난다. 게다가 올해는 베이징 등지에서 일찌감치 무더위가 시작됐기 때문에 시험장 근처에 좋은 숙소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수험생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가오카오 소동은 이뿐 아니다. 중국 공안은 복수 지자체에서 연이어 '스마트 약물 주의 경고'를 발령했다. 경고가 발령된 지역은 중국 푸저우, 푸젠, 우시, 장쑤, 허페이, 안후이성 등 인구 밀집 주요 지자체를 포함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이 경고한 스마트약물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집중력과 사고력을 높여주는 약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상당량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은 암페타민 등 중국 내에서 1급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편전쟁으로 인해 G1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놓치고 망국에 이르렀다고 여기는 트라우마가 강하게 새겨져 있는 중국은 마약 등 금지약물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력하다.
마약사범은 대부분 사형에 처해지는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눈을 질끈 감고 소위 스마트 약물에 손을 뻗는다.
이런 현상은 중국의 교육열 탓이다. 자유와 평등을 말하는 공산주의지만 실상은 계층 간 사다리가 사라진 엄격한 신분사회다. 이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바로 대학입시다. 명문대에 들어가 공산당에 몸담은 선배들과 '꽌시'(인맥)를 맺는 방식은 가장 모범적인 경로다.
중국은 최고 명문으로 알려진 베이징대(북경대)나 칭화대(청화대), 런민대(인민대) 등 명문대학 입학인원을 31개 성시자치구별로 따로 정하고 있는데, 가오카오 응시인원은 많고 명문대 입학정원은 적다.
이렇다 보니 입시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금지약물은 물론 각종 금지사교육 문제가 뻥뻥 터진다. 중국인들이 6월을 '어둠의 6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건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