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온나라 흔드는 산유국의 꿈…주목받는 네덜란드 병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 관련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 관련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 심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이 명실상부한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세계적인 심해 평가 전문기관의 분석 결과 석유·가스 매장량이 최대 140억배럴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가스는 75%, 석유는 25%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확한 매장량과 상업화 가능성은 실제 시추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는 금세기 발견된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되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매장량(110억배럴)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산유국의 꿈을 이루게 되지만,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원유 등 막대한 자원을 얻고도 정작 그 자원으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은 국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원의 저주’다.



이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일수록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영국의 경제지리학자 리처드 오티가 처음 사용했다. 이 저주에 걸리면 석유 같은 자원 수출로 얻은 부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고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민 삶의 질이 떨어진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같은 경우가 자원의 저주에 빠진 대표적인 국가들인데, 이들은 지도층의 부패와 자원을 둘러싼 내전으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진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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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지만 네덜란드 사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 화란병)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경우 1959년 북해에서 다량의 가스전을 발견했다. 네덜란드는 이 천연가스를 수출해 매년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이로 인해 네덜란드 화폐인 길더의 가치가 급등한게 문제가 됐다. 자국 화폐의 가치가 오르자 다른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사라져 산업이 쪼그라든 것이다. 통상 자국 화폐 가치가 오르면 수입물가 하락으로 물가는 하락하기 마련이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외화가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물가마저 급등했고, 임금 상승 압력까지 높아져 산업 경쟁력은 더 악화됐다. ‘자원 수출→외화유입→자국 화폐 가치 상승→수출경쟁력 악화→산업 붕괴’, ‘자원 수출→외화유입→물가상승→임금상승→산업 붕괴’라는 두 가지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몰락한 것이다. 산업화된 국가에서 갑자기 막대한 자원이 발견되면 산업구조가 왜곡되면서 오히려 위기에 빠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대항해 시대 스페인도 자원의 저주를 경험한 적이 있다. 식민지였던 남아메리카로부터 들여온 막대한 금과 은으로 인근 유럽국가에서 제조업 제품을 수입해 경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유입되는 금과 은이 차단되자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산업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자원까지 메마르면서 충격을 받는 사례에 속한다.

반대로 자원이 축복이 된 경우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는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면서도 정치적 부패에 빠지지 않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한 탓에 자원을 자국의 경제 발전과 안보 확립을 위한 소중한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원의 저주에 빠졌다가 회복한 나라도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다. 보츠와나는 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정부수입의 2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천연자원이 국가경제의 핵심 요소다. 풍부한 자원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4,000달러를 상회하는 중간소득 국가로 발돋움했다. 보츠와나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정치적 투명성, 정부의 재정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막대한 자원을 흥청망청 사용하지 않고 자국의 제조업 기반을 더 강화하며, 자원으로 인한 외화수입 증가가 화폐가치 급등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전반을 잘 관리해야 자원의 저주가 아닌 자원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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