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이다. 연중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선열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날이다. 현충일 하루만은 한마음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목숨을 바쳐 이곳 한반도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나라를 가꾼 분들의 정신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하루만으로 부족하다. 그러한 추모와 다짐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걱정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걱정의 중심에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분열이 있다. 국민통합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적 분열의 근저에는 현대사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다. 20세기 초반과 중반, 재편되는 국제 정세와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분단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 때 잉태된 분열이 수면 위로 분출되고 있다. 이 분열은 대한민국 정체성 속에서 동질성을 재발견하고 강화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첫째 자유민주주의다. 불행하게도 2000년 초 자유민주주의를 누리는 지구상의 인구는 70여%였는데 비해 2024년 현재 50%대 초반으로 그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북측에서는 자유민주의의 싹이 보이지 않는다.
둘째 한미동맹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겪었던 우리 역사의 수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유엔·한미동맹 등 집단 안보에 의존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대체할 집단안보의 기제는 없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을 공언하는 북한의 태세를 고려할 때 유엔·한미동맹을 통한 집단안보의 중요성을 공유해야 한다.
셋째 지속적인 번영이다. 지금 K방산·K푸드·K반도체가 이끄는 번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현충일은 국가의 동질성을 확인해 새로운 발전을 다짐하는 날이 돼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국민적 합의를 다지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분명한 인식도 해야 한다. 세계 국가관계 역사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오물을 열기구에 실어 보내는 북측 도발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핵무기를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북한의 실존 위협에 대한 온정적인 태도는 더 이상 현충일 기념정신과 공존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통일준비라는 시대정신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북측이 만들고 있는 남북관계의 역경 속에서도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산업화·민주화 다음의 시대정신이 통일이 되어야 하고 한반도 전체의 선진화·민주화를 달성하려는 정치적 염원이 현충일 추모정신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현충일을 맞아 마을 구릉이나 산비탈에 자리 잡은 현충탑을 찾는 어머니·아버지들을 생각해 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산재한 현충탑들을 도심 속 공간으로 이전해야 한다. 그래서 연로한 부모님들이 도보로 찾기 쉽게 하고, 다음 세대들이 일상적으로 국가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어디를 가도 현충시설은 도심에 있지 인적이 드문 곳에 있지 않다.
나라 사랑의 마음을 다짐하는 현충일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