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계가 빠르게 돌아갈수록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관심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 대표 선출 시점부터 지도체제 전환, 총선백서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을 한 전 위원장과 연결 짓는 정치적 해석과 추측이 난무한다. 정작 당사자는 출마 여부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호불호를 떠나 ‘한동훈 대세론’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2인 지도체제’를 두고 유력한 당권주자인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 위원장이 제안한 차기 지도체제는 당대표 선거 차점자를 ‘2인자’이 수석 최고위원으로 삼아 사실상의 부대표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방식이다. 대통령 궐위 시 부통령이 직을 승계하듯이 당 대표 유고시 수석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이어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2년간 6번의 비대위가 출범하는 등 불안정했던 현행 지도체제에 집단 지도체제 시스템을 차용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낙선 부담을 덜어낸 만큼 출마 문턱도 낮아져 선거의 흥행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게 황 위원장의 판단이다.
황 위원장의 복안과는 달리 지도체제 개편에 특정 의도가 담겼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선출하는 현행 단일 대표 체제는 자연스레 당 대표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인 반면, 하나의 선거로 1·2위가 당권을 나눠 갖는 2인 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에게 종전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 때문에 친한계(친한동훈계) 사이에서는 지도체제 전환은 친윤(친윤석열) 부대표를 끼워넣기 위한 ‘한동훈 견제용’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명실상부한 유력 당권주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만큼, 사전에 당 대표의 권한을 분산시키려는 속내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상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인 대표체제는 누가 봐도 특정인 견제를 위한 위인설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전당대회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총선백서처럼 그 의미가 의심되는 방향으로 퇴색될 수 있다면, 지도체제 부분은 성급하게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총선 참패의 오답노트격인 백서 제작 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이 선거를 총괄 지휘했던 한 전 위원장을 면담 하려하자 “한동훈에게 패배 책임을 뒤집어 씌우느냐”는 당내 비난의 화살이 빗발쳤다. 그에 앞서 황 위원장이 룰 개정 등을 이유로 전당대회를 애초 전망됐던 6월 말에서 한 달가량 늦추려 했을 때도 한 전 위원장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느 상황에서도 한 전 위원장이 ‘피해자’로 소환되는 상황이 반복 연출되면서 그의 전당대회 출마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이 주류에 의해 핍박받는 모습이 부각될수록 존재감도 커져가는 형국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전날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대표기 되는 데 지장이 없는데 굳이 (당원투표) 100%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 5(민심)대 5(당심)까지라도 내둬도 된다"며 “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한계와 팬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우리편과 반대편을 나누는 묻지마식 ‘한동훈 견제설’ 주장이 반복된다면 되레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동훈의 친한 세력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친윤 세력을 중심으로 해서 자연이 뭉쳐질 것”이라며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 한 전 위원장의 대항마로 당대표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류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9.1%로, ‘찬성한다’는 응답 42.3%를 웃돌았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7%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