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 내에 비상구를 설치 할 수 없어 음식점·카페 등 다중이용업소를 운영할 수 없다면 분양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상가는 경기도 광교 신도시 내 ‘대장 아파트’ 단지 내 600여개 규모의 상업시설로, 최근 분양 취소와 관련한 소송전에 잇달아 휘말리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상가 분양자 A 씨가 B 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B 건설사가 A 씨에게 9억 4000만 원 가량의 분양 대금에 이자를 합산해 돌려주라”고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가 음식점 영업을 위한 상가 추천을 원하자 B 건설사 측 분양 대행 직원은 문제가 된 점포를 추천해줬고, A 씨는 지하 1층에 있는 해당 점포를 분양받았다. 그러나 최근 A 씨는 자신의 상가 임차인으로부터 “소방서와 구청으로부터 상가 구조로 인해 비상구 설치를 할 수 없어 음식점 영업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분양 취소 소송을 냈다. 해당 상가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카페나 음식점을 영업하려면 비상구를 설치해야 하는 건물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계약 당시 분양업체 측으로부터 음식점이나 카페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해당 상가를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A 씨가 분양 단계부터 음식점 영업을 위한 상가를 구하고 있었고, 비상구를 설치하지 않는 이상 음식점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반인인 A 씨로서는 알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봤다. 해당 소송 원고 측 법률대리인 서정문 법률사무소 이서 변호사는 “분양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판결로, 분양 공고의 면책사항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으로 구성된 이 상가가 소송전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 법원은 B 건설사가 ‘호수뷰’를 내세워 분양한 호실 여러 곳에 대해서도 분양 취소 판결을 내렸다. 분양자들은 “분양 당시 전면으로는 호수 전망이, 유리벽 후면은 정원이 보인다”는 설명과 달리 호수도 보이지 않고, 시멘트 벽으로 시공됐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리 벽을 시멘트 벽으로 바꾸는 건 분양을 받는 입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건설사가 반드시 알려줬어야 한다”며 “유리벽 시공 장점인 채광, 조망 등 이익이 상실되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봤다. B 건설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외에도 분양 취소 판결이 확정된 건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수뷰’ 분양 취소 소송을 대리한 박건호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허위·과장 광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양자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며 “선분양 제도의 특성상 분양 대금으로 공사를 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B 건설사 측은 “특정 점포만 홍보했던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