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루쌀(바로미2)’ 상품화 사업에 선정된 식품업체들이 완제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최근 전라남도를 비롯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생산단지 조성사업도 시작되는 추세다. 다만 가루쌀을 활용한 가공식품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경우 농가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은 지난해 초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1차 지원받은 가루쌀을 전량 제품화해 소진했다. 작년 여름에 출시해 10월까지 2만 3000봉 이상이 판매된 ‘가루쌀 미(米)식빵’이 대표적이다. 크라운해태도 지난해 10월 오예스 ‘위드미’를 한정 수량으로 내놓은 바 있다.
올해도 신제품 출시가 이어진다. 정부가 지난해 말 2차로 공급한 가루쌀의 규모는 1차보다 크다고 전해졌다. 신세계푸드 가루쌀 음료(라이스밀크)도 내달 초 출시를 앞뒀다. 영양 측면에선 유당불내증 우려가 없는 데다 식이섬유가 강점이다. 다만 원유(原乳)를 넣지 않고 공장에서 제조됐기에 칼슘 등은 추가해줘야 하는 특성을 지녔다. 농심은 지난해 1차 물량을 시험한 데 이어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라면 제품을 준비중이다. 이를 통해 정식 출시 여부를 가늠한다는 취지다.
가루쌀은 물에 불리지 않고도 곧바로 빻을 수 있는 신품종이다. 학계에선 밀과 쌀의 중간 정도 특성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농가 보호 관점에서 줄어드는 국내 쌀 소비를 반전시킬 수 있어 정부에서 중점 육성중이다. 99%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가루쌀 상품화 사업에 선정된 다른 업체들이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난항을 겪는 경우도 적잖다.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아 밀처럼 빵 형태로 부풀리기는 근본적인 곤란함이 있어서다. 실제 출시에 성공한 업체의 경우에도 밀을 활용한 기존 제품 대비 2배의 개발 기간이 소요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생산 시설이나 절차도 밀과 공유할 수 없어 새로 짜야 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가루쌀을 활용한 가공식품이 정작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경우 피해가 농가에 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생산단지 조성 사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쉽게 빻아져서 일반 밥처럼 짓기는 어려운 이 품종의 특성 탓에 다른 용도로의 활용은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루쌀 제품의 성공은 결국 소비자 반응에 달려 있는데 출시 이전에 이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