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R&D 쟁탈전"…與 ‘패키지 3법’ 내놓고 野는 ‘예산 5% 이상’

尹, R&D 예산 삭감했다 내년도 예산 확대 약속

野 황정아, 尹 비판하며 'R&D 재구축 3법' 발의

與 최수진 "정치적 법 아닌 현장 니즈 해결해야"

여야 과학계 대표 모두 과기부 권한 확대엔 찬성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졸업생, 학부모 등 행사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2.16 대통령실사진기자단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졸업생, 학부모 등 행사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2.16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둘러싸고 여야 간 주도권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R&D 공방의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6월 ‘R&D 카르텔’ 지적이었다. 이후 올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올 3월 윤 대통령은 내년도 R&D 투자 대폭 확대 방침을 밝히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R&D 법안 발의로 먼저 치고 나온 건 민주당이다. 지난달 30일 우주과학자 출신의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국가 예산의 5% 이상을 R&D에 편성하는 내용 등이 담긴 ‘R&D 시스템 재구축 3법’을 발의했다. R&D 예산에 대한 국회의 견제권을 강화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는 ‘과학기술 부총리’ 신설도 포함됐다. 황 의원은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완전히 새롭게 전환하라는 심판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민주당의 법안을 두고 "윤 정부의 정책 실패를 부각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 위헌적 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예산에 정통한 관계자는 ‘예산 5% 이상을 R&D에 투입’에 대해 “특정 분야만 국가 예산의 일정 % 이상을 쓴다고 지정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시하는 것이자 실현 불가능한 법안”이라고 했다. 헌법에서는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 부여하고 있는데 국회가 입법으로 강제하는 건 헌법 위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예산안을 짤 때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필요하다”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승현 기자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승현 기자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에서는 바이오 기업 대표 출신인 최수진 의원이 이르면 10일 ‘R&D 패키지 3법’을 발의한다. 정부가 R&D 예산 집행 때 경제성을 평가하는 예타를 면제하는 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과 융자형 R&D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 혁신 촉진법’ 개정안, 그리고 기초연구 기관·학교에 일정 수준의 신뢰 자금을 보장해주는 ‘국가 연구개발 혁신법’ 개정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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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는 일부 주요 R&D 사업의 예타 통과에 길게는 수년이 걸리면서 신속한 연구와 기술 발전이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예타 통과를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는 경제성(BC)으로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과학기술계에 맞지 않는 평가 기준”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R&D 관련 브리핑에서 “도전성이 강하면 예타 과정에서 평가성(BC)분석 같은 데서 점수를 못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예타에서 탈락하는 그런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 도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국면으로 가게 된다”며 예타 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타 폐지로 인한 재정 낭비 우려에 대해 최 의원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에는 과기정통부 장관의 기술성 평가와 같은 보완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의 권한은 줄어들고 과기정통부 장관의 권한은 확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황 의원도 과기정통부 장관의 과기부총리제 승격 법안을 발의했듯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두 여야 의원 모두 과기정통부 기능 강화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융자형 R&D 법안은 R&D 초기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간 정부 지원 R&D 사업이 개발 이후 사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걸 개선하는 한편 R&D 예산 증액에 한계가 있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개발 리스크가 높은 초기 단계에 정부가 기술개발자금을 제공하고 1% 이내 초저리 대출을 지원키로 했다. 이미 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이 융자 기반 R&D 사업을 통한 저금리로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R&D 패키지 3법’을 내놓으며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R&D 예타를 폐지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충" 지시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그러나 R&D 예타 면제 등이 담긴 여당의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거대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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