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운동이 건강을 증진하는 과학적 근거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규칙적 운동, 면역세포 활동 증가

체지방 감소로 심혈관 질환 예방

엔도르핀 등 방출…스트레스 감소

만성질환 관리에 약물보다 효과적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평균기대수명은 83.6년으로서 1970년 대비 무려 21.3년이 늘어났다. 보험개발원이 보험료 책정을 위해 3~5년마다 갱신해 발표하는 평균수명은 올해 초 기준 남성 86.3세, 여성 90.7세로 더 많이 늘어났다. 반면 아픈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2022년 기준 65.8세로 2020년과 비교해 5년 이상 감소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계속 아프고 병원에 누워 오래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흡연·과음 등을 하지 않고, 건강식을 하고, 적절한 양질의 수면을 취하고, 운동하고, 젊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스트레스를 잘 풀고, 머리를 많이 써서 기억력과 사고력을 유지하는 등 건강에 좋은 생활방식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운동은 수명을 늘리고 만성질환의 위험을 줄이며 정신건강을 향상시켜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한다. 운동을 하면 근육세포에 탄소원과 산소가 공급되고 심박동이 증가하며 근육으로의 혈액량이 늘어난다. 또한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을 방출하기 위해 땀이 나고 피부로의 혈액량도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혈액 흐름이 좋아지고 각 세포와 조직으로의 산소 공급도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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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운동이 어떠한 이유로 건강을 증진하는지와 관련한 생물학적 기작에 대해 연구를 수행해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신체활동의 분자전달체 컨소시엄(MoTrPAC)’은 성인 수컷과 암컷 쥐의 광범위한 조직에서 혈액 및 혈장 샘플 등을 8주 동안 여러 시점에서 수집하고 전사체·단백체·대사체·지질체·에피게놈·면역체 등의 시공간적 변화를 측정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운동 중에 발생하는 동적 적응 메커니즘과 질병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궁극적으로 운동이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한다.

치매 치료제로 개발된 수십 가지의 약물들이 모두 임상에 실패하고 재작년 허가됐던 아듀헬름도 판매가 중단됐다. 지난해 허가된 레켐비마저도 18개월 관찰 시 인지 기능 저하 속도의 27%를 지연하는 데 그친다. 이렇다 보니 치매 예방과 진행 지연을 위해서는 함께 모여서 잘 먹고, 대화하고, 손뼉 치고 노래하며 놀고, 운동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운동은 치매는 물론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운동을 약물처럼 처방하는 개념도 나왔다.

최근 네이처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운동은 여러 가지 사이토카인의 방출을 촉진해 근육, 면역 및 심혈관 시스템 간 상호작용을 포함, 다양한 기관과 조직 간 통신을 용이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인터루킨-10과 인터루킨-1ra 같은 항염증 사이토카인을 활성화해 염증을 줄이고 치유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PGC-1α 및 NRF2와 같은 항산화 단백질의 생성을 자극해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세포 탄력성을 향상시킨다. 운동에 의해 야기되는 반응성 산소 생성과 항산화 반응이 균형을 이뤄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CD8 T세포와 같은 면역세포의 활동을 증가시켜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감염 및 암과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체지방을 줄이며 지질대사를 향상시켜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특효가 있다. 스트레스, 불안 및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엔도르핀과 다른 신경전달물질들을 방출해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

운동을 하는 것이 이렇게 좋지만 신체적인 제한, 질환, 게으름 등의 이유로 운동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운동에 관여하는 주요 대사 및 신호 경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약물을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에스트로겐 관련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은 동물시험에서 운동 성능 향상 및 체중 감량을 가져오고 카르복실에스테라제라는 효소는 대사 및 지구력을 증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약물이나 효소는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대사 효과를 모방하는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효과의 약이 나오더라도 실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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