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이 3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달 ‘사회초년생’인 20대와 ‘경제 허리’로 불리는 40대의 신규 가입자가 사상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도소매·건설업 부진 등이 나날이 심화해 이 같은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5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539만 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4만 명(1.6%) 늘었다. 이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9만 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던 2021년 2월 이후 3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고용보험 가입자의 증가세는 지난해 7월 이후 본격적으로 둔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가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7만 3000명 늘었지만 12월에는 이 수치가 29만 7000명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가입자 증가세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속도가 둔화된 이유는 인구 감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연령대인 20대와 40대 가입자 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지난달 말 기준 29세 이하와 40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각각 239만 1000명, 35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1.0% 감소했다. 20대는 21개월 연속, 40대는 건설업과 부동산업 부진 등의 여파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감소 폭도 함께 키웠다.
20대는 도소매 업종과 정보통신 업종에서 각각 2만 명, 1만 8000명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줄었다. 40대에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감소한 업종은 주로 건설업·도소매업·제조업·부동산업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와 4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는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30대의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만 6000명이 늘었다. 50대와 60대 이상의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11만 5000명, 20만 2000명씩 증가했다.
고용부는 20대와 40대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 현상이 고용보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40대의 경우 인구 감소 폭과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커지고 있는 반면 고용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40대가 감소하는 업종이 건설·도소매·제조업 등 주력 산업인 탓에 산업 전체의 총량적인 고용이 둔화되고 있는 점이 조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는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가 각각 4만 3000명, 20만 명씩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에서는 가입자가 8000명이 줄었다. 건설업은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의 경우 외국인을 제외한 내국인 가입자만 고려하면 8000명이 줄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줄어든 20·40대의 고용보험 가입은 외국인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5만 7000명 늘며 총 23만 4000명에 이르렀다. 지난달 신규 가입자 증가 폭(24만 명)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23%에 달했다.
외국인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는 것은 정부가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을 대상으로 고용보험 가입을 당연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신규 구직자는 36만 7000명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하며 ‘고용 한파’를 암시했다. 구직급여는 64만 6000명에게 총 1조 786억 원이 지급됐다.
구직급여 수급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28.9%(18만 7000명)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1.2%(8000명) 늘어난 수준이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8만 8000명으로 건설업(4500명)과 정보통신업(1700명)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