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와규보다 비싼 수입 냉동 문어'…日 소비자 지갑 닫고 기업 줄폐업

■"비싸서 힘들다" 가계·영세기업

엔저에 수입·원자재값 급등, 물가 부담

실질임금 25개월 마이너스 '최장' 감소

가계 소비 여력 떨어지고 영세기업 도산


기록적인 엔저가 일본 내 가계와 영세기업에 물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일본 식품 업체 195곳의 1~10월 가격 인상 품목(인상 예정 포함)은 8269개로 이 중 ‘엔저 요인’에 의한 인상 품목 비중이 29.2%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11.5%)의 약 세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가격 인상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이 90.7%를 차지했는데 폭염 등 이상기후에 따른 카카오콩과 원두커피·올리브·오렌지 등 수입 식자재 가격 폭등이 두드러졌다. 수입물가 상승에다 기록적인 엔저로 가계 및 영세기업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같은 양을 사더라도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엔저는 기존의 가격 상식도 파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냉동 문어다. 일본 도요스시장의 냉동 문어 도매가격은 ㎏당 1600엔대다. 지난해 1668엔까지 올랐는데 고급 외식 메뉴인 A2등급 와규 도매가가 ㎏당 1550~1600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어가 소고기보다 비싼’ 웃지 못할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 쓰는 냉동 문어는 주로 아프리카 서부 모리타니산인데 최근 들어 유럽·중국의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줄어든 데다 엔저로 수입가격까지 치솟아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다코야키 가게들이다. 닛케이는 “일본의 다코야키 가게들이 동전 하나만 내면 되는 기존의 ‘원코인 500엔’으로는 손실을 피할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무섭게 뛰는 물가가 부담스러운 것은 가계도 마찬가지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일본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5개월 연속 하락해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을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일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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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5월 기업 도산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9% 증가한 1009건에 달했다. 이 수치가 1000건을 넘긴 것은 2013년 7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이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엔화 약세에 의한 원재료·에너지 가격 상승, 인력 부족 등이 겹쳐 부도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로 문을 닫은 기업도 47.4%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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