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5분 휴대폰 알람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원래 오전 3시 40분 일어나는 것으로 휴대폰 알람을 맞췄는데, 잘못했는지 3시 5분 알람이 윤이나를 일으켰다. 조금 일찍 일어난 김에 시간도 때울 겸 퍼팅 연습을 조금 했다. 그리고 나서 골프장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20분. 윤이나가 이렇게 부지런을 떤 이유는 그의 티오프 시간이 오전 6시 35분이었기 때문이다.
13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 첫날 윤이나는 10번 홀 첫 조 출발을 배정받았다.
공교롭게도 2년 전 규칙 위반으로 문제가 됐던 그날도 10번 홀 첫 조 출발이었다. 그날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이날 윤이나의 동반자는 작년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260번째 출전 만에 우승을 차지했던 서연정과 아직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을 3번 기록한 베테랑 최민경이다.
2년 전 섹스튜플보기(6오버파)를 쳤던 10번 홀(파5)에서 이날은 버디가 나왔다. 9m 거리의 퍼팅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13번 홀(파4)에서도 8m 거리의 버디 퍼팅이 홀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의 15번 홀(파4)이 찾아왔다. 2년 전 드라이버를 잡고 친 공이 러프 속으로 사라지면서 문제가 됐던 그 홀이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도 좁고 오르막도 심한 편이어서 이날은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잡았다. 티샷은 계획한대로 페어웨이를 지켰다. 티샷을 잘 치고는 “하나 넘겼다,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러프에 빠졌지만 칩샷을 잘 붙여 파를 잡고 무사히 문제의 홀을 빠져 나갔다.
고비를 하나 넘겼다고 안심하는 순간 첫 보기가 나왔다. 파5의 16번 홀에서 2온을 노리고 친 공이 그린 앞 페널티 구역으로 빠지면서 보기를 범했다. 전반을 1언더파로 무난히 넘은 윤이나는 후반 3번 홀(파3)에서 칩샷을 너무 짧게 치는 바람에 다시 보기를 기록했다.
다시 스코어가 이븐파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윤이나는 4번 홀(파4) 3.5m, 7번 홀(파5) 1.5m 버디를 잡으면서 2언더파 70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2년 전 4오버파 76타 부진과 불편한 마음을 완전히 극복한 스코어였다.
같이 라운드한 최민경은 이븐파 72타, 서연정은 1오버파 73타로 난코스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
윤이나는 경기 후 “2년 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 골프장에 오지는 못했던 것 같다”며 “분명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 때문에 라운드 하면서도 간간히 생각났는데 지금 해야 하는 샷, 눈앞에 있는 공에 집중하면서 치니까 그래도 많이 생각하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욕심 내지 않고 내 샷 최선을 다해서 치는 게 언제나 그랬듯이 목표”라면서 “특히 이 코스에서는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정확하게 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일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