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가자 전쟁의 반전 기회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함께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이 '가자 해법'

네타냐후, 美 주도 협상에 임해야





이스라엘 상황은 절망적인 듯 보인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팔레스타인 사상자 수가 계속 늘고 있고 국제사회의 반이스라엘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설사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뿌리째 제거한다 해도 가자 통치를 떠맡겠다고 나설 팔레스타인이나 아랍권의 대체 세력을 찾기 힘들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점령군으로 계속 가자에 머물러야 할 것이고 하마스의 뒤를 이어 새로운 무장 집단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가자지구는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절망적인 삶을 이어가는 불모지로 남게 된다. 서안의 상황 역시 급속히 악화될 게 뻔하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무너진다면 이스라엘은 언제 폭발할지 모를 가자와 서안이라는 두 개의 화약고를 양쪽 옆구리에 낀 채 5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밤낮으로 무기한 통제해야 한다.



빠져나갈 출구는 있다. 사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오래전부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워싱턴의 카드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다. 사우디 외무장관의 말을 빌리자면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대한 (미국의) 확고부동한 지지와 우리와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맞교환하는 방법”이다.

‘그림의 떡’처럼 보이는 계획인지 몰라도 미국과 사우디의 소식통들은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피력한다. 워싱턴과 리야드가 처리해야 할 작업은 설리반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이에서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여기에는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고 민간 핵개발 프로그램 기술을 이전한다는 미국의 약속이 포함된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립을 추진한다는 확약이다. 사우디는 당장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자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다만 최종 목표에 도달하도록 확실하게 길을 다지자는 주문만 내놓았다.



이 같은 거래는 가자의 상황을 안정시킬 핵심 요인들을 풀어놓게 된다. 팔레스타인의 직접적 협상 참여와 아랍국들의 전후 안보 개입, 가자 재건 기금과 유럽 지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이스라엘은 중동권에 경제적·정치적으로 편입되는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다. 이슬람 최고 성지 두 곳을 관할하고 많은 아랍국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우디가 일단 이스라엘과 손잡으면 다른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이 따라오도록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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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가로막는 주된 장애물은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한 ‘양보 불가’ 입장이다. 그것은 이해할 만하다. 이스라엘은 아직도 지난해 하마스 공격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테러리즘에 상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새로 건립한 팔레스타인 국가가 평화로운 이웃이 되겠느냐는 불신도 만만치 않다. 이들 모두는 타당한 우려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노력이 최소한 5년 이상 이어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마스 공격 때문에 관계 정상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테러리즘에 상을 주는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은 그들이 직면한 존재론적 문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 한 이스라엘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좁은 국토에는 많은 인구를 지닌 팔레스타인 집단이 거주한다. 우리는 그들을 다스리길 원치 않는다. 그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고 싶지도 않다. 그들에게 우리의 국기와 문화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내가 꿈꾸는 평화는 각기 자국의 국기와 국가, 정부를 지닌 자유로운 두 민족이 조그만 땅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어느 쪽도 이웃의 존재와 안보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선량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2009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 소재 바르일란대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이 연설에서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의 조건을 달았다. 팔레스타인은 독립한 후 비무장 국가로 남아야 하며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실 팔레스타인 독립은 네타냐후와 같은 극우 총리 아래에서만 논의될 수 있다. 만약 중도 혹은 좌파 총리 시절에 이런 제안이 나온다면 이스라엘 우파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바이든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밝혀야 한다. 또 미국과 사우디가 이미 이에 관한 합의에 도달했으며 이제 남은 것은 이스라엘이 협상에 참여해 포괄적 최종 합의를 이루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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