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4일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구체적인 감축 계획은 7월 말께 공개하기로 했다. 엔화 가치 상승 재료인 ‘양적긴축(QT)’ 발표에도 내용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엔·달러 환율은 한 달 만에 158엔대까지 뛰며 엔화 약세를 보였다.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그동안 매달 6조 엔(약 52조 9000억 원) 수준이던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시장에서 장기금리가 보다 자유로운 형태로 형성될 수 있도록 매입을 감액해나가는 것을 찬성 다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단은 기존 방침대로 국채 매입을 계속하고 7월 30~31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1~2년 정도의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가 ‘예고’에 그친 것을 두고 우에다 총재는 “큰 계획을 밝힌 뒤 시장 참가자의 의견을 확인하면서 제대로 된 계획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채 잔액의 약 50%를 일본은행이 쥐고 있는 상태여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상태에 도달하기까지는 1~2년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장기전을 예상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3월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금융 정상화 1단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번 국채 매입 규모 축소 결정은 결과적으로 국채 보유 잔액을 줄여나가기 위한 수순으로 ‘양적긴축’에 해당하는 ‘금융 정상화 2단계’로 볼 수 있다. 일본은행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국채 매입을 늘리며 장기금리를 억제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3년 3월 94조 엔 규모던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잔액은 지난해 말 581조 엔까지 불어난 상태다.
구체적인 감축안을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감에 엔화 매도로 반응했다. 157엔 초반에 거래되던 엔화는 회의 내용 발표 후 한때 한 달 만에 158엔을 뚫으며 엔저로 전환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기존의 ‘0~0.1%(단기금리) 유도’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다음 회의 때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칠 1~2년분의 국채 매입 감액 계획이 발표되는 만큼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그때까지 나오는 경제 물가 정세에 관한 정보에 따라 단기금리를 인상해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조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올라가면 단기 금리를 조정해나가겠다”고 기존과 같은 입장을 전했다. 최근의 엔저에 대해서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정책 운영상 주시할 필요가 있고 확실히 대응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