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의 여러 사건들에는 다양한 배경이 있다. 종교와 계급, 이데올로기 등이 수많은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그 이면을 뒤져 보면 결국 근본적 원인은 돈으로 집약되는 경우가 많다. 신간 ‘역사는 돈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돌아보고,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나라의 미래를 그려본다.
책은 고대부터 화폐와 금융, 부의 역사를 추적한다. 최초의 화폐가 발생한 중동부터 장사를 위해 만들어진 알파벳, 무역이라는 개념을 창시해낸 고대 페니키아를 살핀다.
무엇보다 종교적 갈등도 경제적 시각에서 분석한 것이 흥미롭다. 고대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인 지역 갈등도 결국은 경제적 동인에서 비롯됐다. 농경과 무역의 요충지였던 이 지역에 대한 갈등이 종교를 촉매로 삼아 발생했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유대인, 로마의 갈등도 짚었다. 저자는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서 출산한 것은 아우구스투스가 고향으로 돌아가 세금을 내라고 명했기 때문”이라며 “예수의 고향이 바뀐 것은 세금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또 “예수는 정해진 것 이상의 세금을 걷어서는 안 된다고 타이르고, 유대 성직자들에게는 폭리를 취한다며 꾸짖었다”며 “예수는 경제구조 개혁을 꿈꿨던 혁명가”라고 말한다.
기독교와 유대교는 세계 금융 발전의 주역이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과 종교개혁, 은행의 발달도 모두 종교적 맥락을 벗어날 수 없다. 책은 “십자군전쟁은 돈의 전쟁”이었다며 “템플기사단은 대부업자로 변신해 갑옷을 입은 금융업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책은 이 외에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세계적 사건의 명분 뒤에는 경제적 실리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도 그 예시다. 저자는 미국이 세계 최강국에 등극할 수 있었던 데는 금융제도의 발전이 밑바탕이 됐다고 역설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일하며 국가경제를 다뤄 왔던 저자는 “역사 속 사람들은 이해득실에 따라 행동했고, 양심보다 돈을 택했다”며 “세상을 움직인 것은 결국 돈”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통찰은 무역과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이념과 이데올로기, 정치적 갈등에만 계속해 매몰돼 있다면 국제 경제와 금융이라는 급류 속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뒤흔들려 쓸려 갈 수 있다. 3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