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1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당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위해 시행됐던 상환 유예 조치가 작년 9월로 종료되면서 차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체적으로 상환 유예를 해왔던 일부 은행들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상환을 재개할 경우 한계에 내몰리는 개인사업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전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0.48%로 집계됐다. 앞서 2월 은행 연체율은 0.51%로 4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가 3월 0.43%로 하락하더니 다시 상승 전환한 것이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팔랐다. 4월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른 0.61%였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2%포인트 급등한 수치며 2012년 12월(0.64%) 이후 11년 4개월 만의 최고치이기도 하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치솟은 것은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 때문이다.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BK기업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평균 카드 매출은 전년 말 대비 6.4%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준의 감소 폭이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폐업률 역시 0.8%포인트 상승한 9.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당시 시행된 금융 당국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로 종료된 여파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당국 조치 종료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원금 상환 유예를 해왔는데 이들 역시 상환을 재개할 경우 연체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환 유예 조치 종료 이후 은행들이 모여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일부 은행은 원금 상환 역시 유예해왔는데 올 9월부터 상환을 재개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금, 이자 상환 유예 규모가 적지 않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연체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새출발기금 등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제도를 보완해 부실 우려가 있는 차주들이 최대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금융 당국이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등 대책을 추가로 내놓지 않을 경우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