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게 간곡히 요청한 군 장비가 있다. 바로 ‘코뿔소’라 불리는 장애물개척전차다. ‘코뿔소’는 후방 지역 지뢰를 제거하거나 전방 지역 지뢰 지대에 통로를 만들 수 있는 국산 K600 장애물개척(지뢰제거)전차의 별명이다. 살상 무기는 아니지만 필요할 경우 적 방어선을 돌파할 때 사용한다.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 중 가장 강력한 장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뿔소’는 K1A1 전차의 차체에 지뢰 제거 쟁기와 굴착팔 등을 장착한 전차로, 지뢰 및 각종 장애물을 제거해 기동로를 확보하는 데 투입되는 공병무기다. 차체 전면의 쟁기로 땅을 갈아엎으며 매설된 지뢰를 찾아내고, 지뢰에 자기장을 발사해 제거하는 방식의 ‘자기감응지뢰 무능화 장비’도 있다. 5m 전방의 지뢰도 찾아낼 수 있다.
육군의 Army TIGER 무기체계인 ‘K600 장애물개척전차’는 대한민국 육군의 전투공병전차(Combat Engineer Vehicle)다. K1A1 전차 플랫폼에 지뢰제거쟁기, 굴삭 팔 등을 장착해 지뢰 및 낙석 등의 다양한 장애물을 개척할 수 있는 기동지원 전투공병차량이다. K-9 자주곡사포와 K-10 탄약보급장갑차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K-1A1 차체 기반인 만큼 K-1A1과 동일한 기동성을 자랑한다. 지뢰제거용으로도 쓰이는 만큼 대지뢰 방호력이 우수하며 대전차지뢰를 밟아도 핵심 부위인 차체와 지뢰제거쟁기는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기존에 육군은 미국이 개발한 공병용 장갑 불도저 ‘M9 ACE’를 면허생산한 ‘KM-9 ACE’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KM-9 ACE의 약한 방어력과 작업자가 노출되는 위험 때문에 새로운 전투공병전차의 개발이 요구됐다. 이에 2006년 소요 결정이 내려졌고, 2014년 말부터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2016년 말부터 개발시험평가를 거쳐 2017년까지 운용시험평가를 거친 후 2018년에 시제품이 나왔다. 초도 양산물량은 2020년 12월에 육군 전방부대에 배치되기 시작해 2023년까지 실전배치를 완료했다.
원래 용도는 장애물을 개척하기 위한 불도저 용도였다. 그러나 불도저 삽날을 지뢰제거용 쟁기로 교체하면서 지뢰제거 전용 전차가 됐다. ‘코뿔소’는 땅을 갈아 엎어 묻혀 있던 지뢰를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인 및 대전차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자기감응지뢰 무능화장비를 장착해 자기장을 발사해 자기감응식지뢰를 멀리서 격발시켜버릴 수 있다. 지뢰와 흙을 동시에 양쪽 옆으로 파내 밀어내면서 폭 약 3.8m 정도의 길을 만들며 전진한다.
기존 KM-9 ACE와 마찬가지로 지뢰지대 개척 선형 폭약인 미클릭(MICLIC·Mine Clearing Line Charge) 운용이 가능하다. MICLIC의 신뢰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 때문인지 지면이 단단하거나 얼어붙었을 때 사용해 지면을 박살낸 후 지뢰제거쟁기로 지뢰를 제거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장병 2명이 탑승해 조정하며, 차체 전방 오른쪽엔 굴삭기 암이 있다. 이걸로 대전차호를 파거나 메울 수 있으며, 버킷 대신 브레이커를 달면 대전차 장애물도 부수는 것이 가능하다. 또 K600의 차량 윗면에는 별도의 굴삭팔이 설치돼 있다. 이를 이용해 굴삭용 버킷(bucket)이나 파쇄기를 달아 참호, 방벽 등 각종 장애물을 매립 및 파괴할 수 있으며 유사시 굴삭팔을 일반 크레인으로 사용해 무거운 장비나 물자를 인양 및 운반하는 게 가능하다.
후방 양쪽에는 통료표식장비가 있다. 공압으로 작은 말뚝을 발사해 지면에 박아넣는 장치다. 말뚝 발사는 몇 초 간격 또는 몇 미터 간격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K-600이 지나간 자리에 표식을 남김으로써 뒤따라 오는 아군 차량이 안전한 길을 확인하고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K-600의 외형은 K-1 구난전차와 흡사하다. 버킷과 공병전차용 장비를 빼면 모양이 유사하다. 다만 K-600 장애물개척전차의 베이스로 쓰일 플랫폼은 기존의 K1 구난전차가 아닌 개량형인 K-1A1이라 K-1 구난전차와 비교하자면 역할이 다르다.
특히 K600은 K1A1전차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어 방호력이 뛰어나 승무원들의 생존성을 충분히 확보한 가운데 안전하고 효율적인 지뢰 제거 작업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수많은 지뢰가 매설된 지역에서의 임무 수행은 폭발에 의한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장애물개척전차는 대전차 지뢰가 터져도 임무 수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방호력 증강에 집중해 개발했다.
이러한 지뢰지대 극복 능력을 바탕으로 장애물개척전차는 약 86만여 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무장지대 및 민간인통제구역 내 지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장비로 평가 받고 있다.
개발·제작 업체인 현대로템(주)은 차량으로부터 최대 5km 떨어진 안전지대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원격조정장치를 자체 연구과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아도 차량 운용이 가능해져 지뢰 제거 작업간에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없어지고 안전조치 시간도 단축돼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임무 수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현재 소형의 무인·원격 지뢰제거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특수기동여단이 도입한 MV4는 승무원 없이 ‘리모컨 운용자 제어 장치(OCU)’로 조종하는 무인·원격화 지뢰제거 장비로 도리깨 원리를 이용해 지뢰를 제거한다. 쇠구슬과 쇠사슬을 장착한 플레일(도리깨)을 고속 회전시키며 땅속 30㎝ 깊이까지 매설된 지뢰를 폭파하는 방식이다. 차체는 고강도 특수강이 적용돼 대인 지뢰는 물론 대전차 지뢰가 폭발해도 견딜 수 있다. 시간당 2200m²의 지뢰제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무게 5.1톤에 175~250마력의 엔진으로 기동력이 우수하다. 한 지점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휴대용 지뢰탐지기도 있다. 지난해부터 전략화한 신형 지뢰탐지기(PRS-20K)는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을 적용해 기존 지뢰탐지기(PRS-17K)와 달리 목함지뢰 같은 비금속지뢰까지 탐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