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대회를 치른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현재 주요 타이틀인 대상, 상금, 평균타수 3개 부문에서 모두 3위 안에 들어 있는 선수는 딱 한 명뿐이다. 3승을 거두며 ‘신흥 대세’ 평가를 받는 이예원이 아니다. 주인공은 지난주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에서 120번 출전 대회 만에 생애 첫 승을 거둔 노승희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노승희’라는 이름 석 자는 그리 존재감이 없었다. 아니 숨은 잠룡이었지만 방신실, 윤이나, 황유민 등이 뿜어내는 ‘장타 열기’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더니 대형 스타가 돼 있었다는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이 끝나자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강자로 우뚝 섰다. 3개 주요 타이틀 성적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일단 노승희는 대상 포인트에서 257포인트를 획득해 이예원(249포인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3위는 204포인트의 박현경이다.
상금 순위에서는 총 5억 4882만원을 획득한 노승희가 이예원(6억 6435만원)의 뒤를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상반기 시즌 최고 우승 상금(3억 원)이 걸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우승이 크게 작용했다. 상금 3위는 4억 9748만원의 황유민이다.
노승희는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70.24타를 기록해 3위에 올랐다. 평균 70.00타의 박민지와 박지영이 나란히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예원은 70.37타로 4위다.
노승희가 준비된 챔피언이었다는 사실은 올 시즌 ‘톱5’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5위 이내에 다섯 차례 든 선수는 이예원과 박현경 그리고 노승희 3명뿐이다.
시즌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공동 4위로 포문을 연 노승희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공동 5위, E1 채리티 오픈 공동 3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공동 5위 그리고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노승희의 무기는 정교함이다. 드라이브 거리는 평균 234.04야드(67위)로 중간 정도이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2위(83.59%)로 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특히 우승하는 데 정확한 아이언샷이 필수라고 생각해 지난 2년 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했다. 현재 그의 그린 적중률은 6위(76.28%)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에서 모두 10위 이내에 올라 있는 선수는 이예원과 노승희 두 선수뿐이다.
잠룡 노승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KLPGA 무대가 더욱 흥미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