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17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재산 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대법원 상고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서 구체적으로 판결 내용의 오류를 제기한 것은 항소심 판결 이후 18일 만에 처음이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 자리에 깜짝 등장해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이어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며 상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오류는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두 차례의 액면 분할을 고려하지 않아 최 회장의 기여도가 10배 높게 측정돼 재산 분할금이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SK가 지적한 오류를 인정해 이날 해당 부분을 수정한 ‘판결 경정 결정’을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송달했다.
최 회장 측은 틀린 숫자를 토대로 재산 분할금이 산정된 만큼 향후 재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나눠줘야 할 몫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 회장 재산 4조 원 중 3조 원가량을 차지하는 SK㈜와 실트론 주식이 공동 재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판결문이 변경됐다는 소식에 법조계도 큰 관심을 보였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장은 경정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면서도 “최 회장의 기여분이 달라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제가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대법원에서 이 사건을 파기환송하게 된다면 그중의 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 측도 판결문 경정에 대해 “계산 오류가 재산 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