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리츠 제도 활성화에 나선 것은 일반 국민들도 업무와 상업용 부동산 등의 투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개발 업체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높은 배당에 따른 안정적인 소득을, 기업에는 신산업 투자 기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리츠 시장은 개화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규모는 선진국 대비 턱없이 작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리츠의 시가총액은 8조 원으로 △미국(1604조 원) △일본(152조 원)은 물론 후발 주자인 △싱가포르(93조 원)보다도 낮은 상태다. 이는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당장 리츠 인가 절차부터 2~3개월이 소요되는 데다가 공시, 주식분산 의무 등 규제를 고려하다 보면 좋은 자산을 제때 매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지금까지 리츠를 활용해 부동산을 개발하는 경우에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세워 건물을 올린 뒤 리츠가 재매입하는 구조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시행사 대표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대비 개발 리츠의 규제가 과도한 부분이 있었다”며 “개발 단계에 맞게 규제가 완화되면 향후 리츠를 통한 사업 추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가장 큰 특징은 2·3기 신도시 개발 효율성을 위해 입지가 우수한 업무·상업 용지를 리츠 방식 사업자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점이다.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용지인 만큼 리츠 등의 운영 주체가 우량 임대인을 유치하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승범 국토부 부동산투자정책과장은 "신도시 사업 자체가 사유지를 수용해 만든 택지기 때문에 개발 이익이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전문가가 운영하면서 신도시가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츠를 통한 개발 사업이 활성화되면 지난해 이후 부동산 PF에서 확산하고 있는 시장 불안도 다소 사그러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곳곳에서 좌초하는 개발 사업장의 경우 시행사가 자기자본 없이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토지를 사들였다가 자금 상환이 어려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리츠를 통해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 공모나 증시 상장을 통해 투자 자금을 확보할 길이 열린다. 자기자본 없이도 99% 이상 대출을 끌어다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PFV와 달리 자기자본 규제(200%)가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한 것도 리츠의 특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개발 사업 중인 리츠(34개)의 평균 자기자본율은 38%로 PFV(2~5%) 대비 크게 높다.
기업 입장에서도 공장 등 생산 시설을 유동화해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리츠가 주택과 오피스 등 부동산회사투자법 시행령에 열거된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지만 국토부는 향후 데이터센터, 청정에너지 자산과 지방 산업단지 내 공장 등 기업 자산 등 다양한 자산을 담을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 리츠’나 SK그룹의 ‘풍력발전소 리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김 과장은 “기업의 경우 계속사업을 위해 생산 설비를 아예 매각할 수는 없는 만큼 리츠를 통해 유동화하면서 사업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