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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땜질 처방은 제2의 파두 부른다

김병준 투자증권부 기자


“물을 떠다 놓고 신약이라 우겨도 상장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이 있었던 ‘파두 사태’가 대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자 돌아온 상장 심사 관계자의 답이다. 산업은 다양해지고 기업의 기술은 고도화되는데 심사 인력이 제한적이다 보니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상장하려는 기업의 기술력을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결국 대표의 출신을 보고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기술특례상장은 9명으로 구성된 상장위원회에 2명의 기술 전문가가 참여한다. 한국거래소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각 분야의 기술 전문가 20명을 섭외하고 상장하려는 기업과 관련 있는 분야의 전문가 2명이 심사에 합류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본업과 병행하며 심사에 참여한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시간이 없다면 조금이라도 비슷한 분야의 전문가가 상장위원회에 합류한다고 한다. 상장하려는 기업의 기술 분야와 상장심사위원의 전문 분야가 엄밀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이 관계자는 “심사에 직접 참여도 해봤지만 상장하려는 기업이 작정하고 심사위원을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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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먹구구식 상장 심사가 지속되면서 증시, 특히 코스닥 시장은 병이 단단히 들었다. 상장 기업의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데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평균 시총은 감소하고 있다. 투자자의 신뢰도 잃고 있다. 당국과 거래소가 보증한 상장사의 기술력에 대한 믿음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파두와 같은 뻥튀기 상장을 막겠다며 기업공개(IPO) 관행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상장에 성공했을 때 수령하는 수수료를 실패했을 때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기업 실사 시 준수 사항을 마련해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주관사의 책임이 아니라 당국과 거래소의 심사 역량에 있다. 기술 전문가의 수를 늘리는 동시에 분야도 다양화해야 한다. 상장하려는 기업의 기술력에 엄밀한 평가가 이뤄져야만 기업가치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수준의 ‘땜질 처방’은 말 그대로 땜질일 뿐이다.






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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