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전용차에 동승할 기회를 줬다. 동승한 뒤 김 위원장이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자 푸틴 대통령은 “차 이름은 아우루스(Aurus)”라고 운을 뗀 뒤 제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로부터 5개월 뒤인 올해 2월 김 위원장에게 아우루스를 선물했고 북측은 “조로(북러) 친선의 뚜렷한 증시(證示)”라며 감격했다.
아우루스는 러시아 중앙자동차엔진과학연구소와 독일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럭셔리 브랜드인 포르쉐가 합작한 러시아산 고급 자동차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 아우루스는 라틴어로 금이라는 뜻의 ‘아우름(Aurum)’, 사람이라는 뜻의 ‘아우라(Aura)’에 러시아(Russia)의 앞 세 글자를 합성해 지어졌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의전차인 아우루스 세나트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리무진 사양으로 2018년 5월 푸틴의 네 번째 대관식을 기념해 124억 루블(약 1969억 원)을 들여 제작했다. 일설에 의하면 푸틴의 의전차는 무게가 7톤에 달하며 폭탄과 화학무기 공격을 거뜬히 버텨낼 수 있고 차량이 물에 빠져도 탑승자의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안전성이 높다는 얘기도 있다.
19일 새벽 북한을 찾은 푸틴 대통령이 또 김 위원장과 아우루스에 동승했다. 동승 전 서로 먼저 타라며 양보하는 모습이 방송 화면에 잡혔다. 두 사람이 아우루스에 동승하며 흉계와 밀담을 나눴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다만 푸틴은 이날 도착 예정 시간을 무려 5시간 3분이나 늦는 무례를 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1시간 45분, 문재인 전 대통령을 1시간 51분이나 기다리게 했던 ‘지각 대장’이 평양에서 훨씬 큰 결례를 저지른 것이다. 그래도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북러 관계가 “새로운 번영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외교·안보력을 총동원해 북러 밀착을 막지 않으면 한반도가 통제 불능의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