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남 웨이센 대표는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소재 병원에 인공지능(AI) 내시경 ‘웨이메드 엔도’ 설치를 시작했다”며 “중동 지역에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내년은 웨이센의 ‘해외 사업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메드 엔도는 의료진이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실시간으로 이상병변을 알려주는 솔루션이다.
웨이센은 올 초 중동에 11개 병원을 보유한 최대 의료 기업 ‘메가마인드’와 웨이메드 엔도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메가마인드 보유 병원에서 시범 서비스를 늘려가면서 유료 전환하기로 합의했다”며 “이후 사우디 군인병원 등으로 확장을 병행해 내년부터 가시적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가마인드는 웨이센의 전략적 파트너로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수입 인허가도 주도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료 AI 기업의 최대 걸림돌인 인허가 문제가 해소된 셈이다. 양사가 파트너십을 맺은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중동 지역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인 ‘아랍헬스’에 부스를 마련한 웨이센 측에 메가마인드가 먼저 접촉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이는 의료 AI 기술에 대한 중동 지역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는 위암·대장암 등 소화기 질환 발병률이 높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진이 부족해 의료 AI 기술, 특히 한국 의료 AI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에서도 파트너사와 함께 인허가 절차와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고 후속 사업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웨이센은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의 해외 진출 시범사업을 통해 베트남 세인트 폴 종합병원에서 연간 5000건 이상의 검사 건수를 올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병원에서 ‘스마트 병동’의 사례로 AI 내시경 사용을 홍보하고 있고 웨이센은 베트남 환자 대상 의료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윈윈”이라며 “베트남에서 입소문이 나다보니 현지는 물론 인접국인 태국·캄보디아 시범사업 확대로도 이어졌다”고 전했다.
웨이센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동남아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내시경 검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내시경 검사료가 수천 달러에 이르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내시경 검사가 보급화돼 건강검진센터에 몇 백 명이 대기하는 폭발적 수요가 일어나는 중”이라며 “하지만 의료진의 병변 간과율이 높다는 걸 현지에서도 인지해 AI 내시경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시경 검사 특성상 환자에게 과금하기 쉽다는 점은 웨이센에 유리한 요인이다. 다른 의료 AI 제품의 경우 검사에 유료 AI 서비스 사용이 필요한 이유를 환자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내시경으로 용종 등이 발견됐을 때 과금하는 모델은 이미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암 가능성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를 받는 만큼 병변이 발견돼 유료로 제거 시술을 받더라도 사람들은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베트남·캄보디아에서도 이런 사업 모델이 정착돼 있어 시장의 기회 요인이 크다”고 강조했다.
AI로 호흡기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웨이메드 코프’ 제품이 우선 공략할 지역도 동남아다. 웨이센은 하노이 의과대학 호흡기내과와 베트남 호흡기 질환 환자의 데이터를 모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베트남의 호흡기 환자들이 병원에 가려면 보건소에서 먼저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AI가 1차 스크리닝을 담당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