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현 러시아)은 1945년부터 3년간 북한에서 군정을 실시한 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됐다. 탱크 등 지상 무기뿐 아니라 전투기도 많이 지원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 16개국이 참전해 대한민국을 도왔다. 그러나 3년 동안 약 450만 명의 사상자만 남긴 채 1953년 7월 휴전이 이뤄졌다. 한국과 미국은 휴전 직후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1954년 11월 발효된 이 조약의 골자는 한 나라가 침략을 당하면 동맹국이 함께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미국이 집단안전보장 조약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를 가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북한과 소련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보다 8년이나 늦은 1961년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했다. 제1조에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상대방은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이 조약은 소련 해체 5년 뒤인 1996년 폐기됐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 조약을 28년 만에 되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뒤 사실상 ‘자동 군사개입’ 내용이 담긴 조약에 서명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20일 공개한 ‘포괄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에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51조와 양국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자동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및 핵추진잠수함·정찰위성 관련 기술을 지원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무력화되는 셈이다.
글로벌 신냉전이 가속화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하려면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고 노련한 실용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