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채상병특검법’을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서도 숙려 기간을 건너뛰고 각 상임위원회 심사에 돌입했다. 법사위원장을 꿰찬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들의 재입법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단독으로 열고 채상병특검법을 의결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이자 1소위원장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두 번에 걸쳐 충분히 논의했다”며 “윤 대통령이 이 역사적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된 법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입법 청문회를 거친 뒤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반쪽’으로 개최된 상임위 곳곳에서 숙려 기간도 채 지나지 않은 거부권 법안들의 심사를 개시하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 농어업회의소법안, 한우산업지원법이 전체회의에 올라왔다. 국회법상 개정안은 발의 후 15일, 제정안은 20일의 숙려 기간이 지나야 상정이 가능하지만 이를 건너뛴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안호영 환노위원장과 어기구 농해수위원장은 “숙려 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긴급성과 불가피성을 고려해 상정했다”고 말했다.
여당을 ‘패싱’한 채 이뤄지는 민주당의 입법 강행으로 여야의 대치 구도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란봉투법에 기업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추가되는 등 재발의된 일부 법안은 내용이 더 강경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일방 처리된 모든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건의를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이 강행을 예고한 당론 법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는 거부권 법안 중 하나인 간호법이 당론으로 채택됐다. 이 밖에 민주당표 민생 법안인 탄소중립산업특별법·지역사랑상품권법·소상공인지원법도 당론으로 발의됐다. 이로써 민주당이 독주 의지를 드러낸 법안은 29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