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결혼증여 공제 2배 확대 필요…특고 육휴대책 연말 나온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 인터뷰]

주거부담 완화가 결혼·출산 조건

집값자극 우려엔 "영향 제한적"

베이비붐 세대 귀향 유도도 강조

지자체 저출생 정책 전수점검 계획

"아이가 행복이란 인식 심어줘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성형주 기자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성형주 기자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혼인·출산 증여재산세액공제 한도를 두 배 이상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거 문제가 혼인·출산의 주요 걸림돌이므로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주 부위원장은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책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 부위원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출산을 위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며 “증여를 통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공제 한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혼인신고 전후 2년, 자녀 출산 이후 2년 이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을 경우 1억 원까지 과세가액에서 제외하는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를 시행하고 있다. 부모·자녀 간 증여세 기본공제(10년 내 5000만 원)까지 더할 경우 1인당 공제 한도는 최대 1억 5000만 원이 된다.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 한도를 두 배 확대할 경우 1인당 2억 5000만 원, 부부 합산 5억 원까지 늘어나는 구조다. 기본공제를 더하면 최대 6억 원까지 가능해진다.

주 부위원장이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를 언급한 것은 주거 문제 해결이 결혼과 출산의 선결 조건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고위가 실시한 ‘2024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에 따르면 청년 세대의 67.6%가 “주거비용이 마련될 경우 결혼에 대한 의향이 긍정적으로 개선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 원에 달해 사회 초년생 부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고위는 전날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주택 분야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현행 1억 3000만 원 이하에서 2억 5000만 원 이하로 완화하고 공공분양에서 일반 공급 물량의 50%를 신생아 가구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주 부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청년 세대들이 원하는 지역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부위원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례 대상이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로 한정돼 있어 부동산 시장 전체 가격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주 부위원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귀향을 유도하면 저출생과 지방소멸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 부위원장은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710만 명 중 약 440만 명이 지방에 연고가 있다”며 “이분들이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며 생활인구로 살다가 나중에 원하면 (지방에) 정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이 (귀향을 위해) 수도권의 집을 매각하게 되면 집값 안정에도 기여하고 도심지 주택 공급도 늘어나 저출생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성형주 기자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성형주 기자


주 부위원장은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결혼·출산·양육 등 3대 저출생 정책 분야의 내실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나 꼭 필요할 때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하겠다 했지만 사실 아직 특고, 자영업자,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사용하지 못한다”며 “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연말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주 부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생 사업들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2000건이 넘는 각 지자체의 저출생 사업 대부분이 단순 현금 지급(68.8%)에 그치고 있는 데다 내용도 중앙정부 정책과 중복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주 부위원장은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 사이의 긴밀한 협조와 상호 보완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전국 단위 지원 정책을 펼치면 지자체는 지역별 특성에 맞춰 보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돌봄이나 일·가정 양립 등 각 정책 분야마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영역이 상당하다”며 “이런 틈새 영역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부위원장은 지자체의 저출생 사업도 전수조사해 불필요한 사업을 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주 부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중앙정부의 142개 저출생 정책을 모두 재검토했다”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지자체 사업도 점검해 불필요한 사업은 없는지, 중복되는 내용은 없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정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게 주 부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육아돌봄뿐 아니라 간병돌봄 문제가 심각하다”며 “싱가포르와 캐나다·일본 등에서 필리핀 인력을 데려가려는 이민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한국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 부위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왜 아이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사회가 주는 것”이라며 “정책 분야와 함께 아이가 행복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주재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