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부서도 "휴진, 설득력 없다"… 서울대병원 이어 '빅5' 줄줄이 철회 가능성

[의료계 집단행동 분수령]

■ 백기 든 서울대병원

집단휴진 일주일만에 '빈손 회군'

서울의대 교수 "70% 반대 당연"

파업 확산 움직임 동력 떨어질듯

정부 "他 병원도 휴진 철회해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집단 휴진 중단을 발표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집단 휴진 중단을 발표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주일 만에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빅5’ 등 주요 대학병원으로 번지던 집단 휴진 움직임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의대(성모병원) 등 집단 휴진 여부를 추가 논의하기로 한 주요 대학병원 역시 휴진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집단 휴진이 환자들의 불편과 원망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전공의 집단 사직과 필수의료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의정(醫政) 이견이 여전히 큰 만큼 의료계는 집단 휴진 외에 범의료계 차원의 연대 등 다른 투쟁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73.6%의 찬성률로 무기한 휴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절반 이상이 17일부터 5일 동안 참여해온 집단 휴진을 환자 불편과 국민 비판 여론에 밀려 멈춘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무기한 휴진 중단을 결정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들도 집단 휴진 결정을 철회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환자들 역시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결정을 환영했다. 검사 차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60대 정 모 씨는 “3일 전에 받아야 하는 검사가 (집단 휴진으로) 취소돼 오늘 왔다”며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반겼다. 최경희(77) 씨는 “얼마 전 허리 때문에 진료 문의를 하니까 병원에서 안 된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이 컸다”며 “요즘은 명절에 병원 오는 것처럼 사람이 없고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이런 결정이 나와서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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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 이후 부산에서 올라와 검사를 받는 허 모(43) 씨는 “4월쯤 방사선 치료 후 방사선 폐렴 검사를 받기 직전에 담당 의사가 사직해 검사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대병원이 이런 결정을 내렸으면 다른 병원들도 따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 휴진 철회는 빅5 상급병원으로 번지던 집단 휴진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이 포함된 가톨릭의과대학 교수들은 전날 무기한 휴진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주말까지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비대위도 삼성서울병원 등 3개 병원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휴진 등 향후 행동과 관련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기한 휴진을 논의 중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휴진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쟁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다”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휴진은 설득력이 없어 전략적 실패였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휴진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 서울의대 교수는 “70% 넘는 교수가 파업 연장을 반대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현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기한 파업이라는 발상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고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도 대정부 투쟁이 멈춘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전면 휴진 결의 이후 정부는 전공의 처분 움직임을 멈추는 등 유화적으로 태도 변화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 방침을 발표하고 대한의사협회 해체 발언을 하는 등 여전히 의료계를 향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정부에 더 적극적인 사태 해결 노력을 요구한다”며 “저항을 계속할 것이고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위협이 커진다면 다시 적극적인 행동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 수립 과정을 감시하고 비판과 대안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이를 위해 의료계 전체와도 연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세브란스병원과 다음 달 4일부터 1주일간 휴진에 들어가는 서울아산병원이 휴진 방침을 철회할지도 관심이다. 빅5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대한 국민 반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환자들은 잇달아 휴진 결정을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다음 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00명 규모의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 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박효정 기자·이승령 기자·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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