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장 안에서나 입던 유니폼을 일상복으로 소화하는 ‘블록코어(blokecore)’ 패션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유행하기 시작해 스포츠 행사가 유독 많은 올해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이런 트렌드를 겨냥해 패션 브랜드가 레트로 유니폼을 다시 출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에서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스포츠 유니폼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82% 뛰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축구 상하의 유니폼은 96% 판매가 늘었다.
블록코어룩은 ‘유니폼 패션’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는 통이 넓은 하의 위에 유니폼 상의를 조합한다. ‘스트리트(길거리)’ 느낌이 나면서도 여유로운 실루엣이 특징이다. 꾸미지 않은 듯 은근하게 개성을 드러내는 최근의 패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유래는 20세기 영국 남성 축구팬들의 모습과 주점 문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녀석’을 뜻하는 영국 속어 블록(bloke)과 간결하고 편안한 패션을 뜻하는 신조어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뮤직비디오와 음악방송에서 자주 착용하며 조명받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상의가 먼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와 함께 조합할 수 있는 신발이나 가방 등 잡화류로도 관심이 옮겨붙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올해의 경우 특히 인기다. 스포츠 행사가 몰리는 ‘짝수 해’ 여서다. 이달 15일부터는 유럽 53개국이 참가하는 축구 대회 ‘유로’가 열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축구 강국이 많은 남아메리카 국가대항전 ‘코파 아메리카’도 21일 시작됐다. 내달 24일에는 파리 하계올림픽이 개막을 앞뒀다.
이 때문에 최근 국가별 콘셉트의 패션 유니폼이 쏟아지며 더욱 활황을 맞고 있다. 과거 유니폼을 복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나이키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브라질 대표팀이 착용한 홈 유니폼과 트랙수트를 21일 재발매했다. 종종 레트로 유니폼을 내놓는 아디다스와 달리 나이키가 복각판 레플리카를 발매하는 경우는 그간 드물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패션업계의 시장 공략도 활발하다. 영원아웃도어가 운영하는 노스페이스는 재킷·긴팔티·팬츠·모자 등 20개 품목으로 구성된 ‘팀코리아 레플리카 컬렉션’을 앞세웠다. 올림픽 대표단 최장기 후원사라는 점이 마케팅 요소다. 패션 브랜드 ‘오버더피치’는 1999년과 1994년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디자인에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