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현지시간) 영국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새로운 정부가 공공 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실현할 재정적 근거가 부족하며 향후 증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선거 직후 만기가 도래하는 공공 서비스 부문의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60억~70억 파운드(10~12조 원)의 추가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재정연구소(IFS)는 내달 선거를 앞두고 집권 보수당과 노동당 양당이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공공 서비스 부문에 관한 개선을 앞다퉈 약속했으나 이를 실현할 자금 조달 계획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IFS는 양당이 모두 세금을 올리지 않고 누수 세금을 확보해 재정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지만 “신뢰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폴 존슨 IFS 소장은 “향후 5년간 다른 세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상당히 놀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FS에 따르면 영국은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복지 예산이 늘어나면서 공공 부채는 60여 년 만에 최대 수준이며 세금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존슨 소장은 “이미 세금 수준이 높지만, 그래도 세금을 더 올리거나 정부 부채를 더 늘리지 않는다면 향후 5년간 상당수 공공 서비스 예산은 깎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새로 들어설 정부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간호사와 교사 및 기타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임금 협상을 앞두고 있다. 앞서 영국에서는 공공 근로자들의 임금이 지난 15년간 물가 상승률 및 민간 부문 임금 모두에 뒤처지면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전국교육노조 사무총장 다니엘 케베데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교사 임금을 2010년 실제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약속을 새 정부가 조기에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IFS는 공공 근로자들의 처우가 민간 근로자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최소 60억~70억 파운드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보건재단은 NHS의 급여를 2010년 실질 임금 수준으로 복원할 경우 이번 의회가 끝날 때까지 연간 93억 파운드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존슨 소장은 “양당 모두 실질적인 문제를 직면하지 않은 채 침묵의 공모를 하고 있다”며 “대규모 세금 및 지출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아 유권자들은 ‘지식 공백’ 속에서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