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화성시청 분향소를 찾은 시민 윤일중 씨)
26일 오후 경기 화성시청 본관 1층 로비에 마련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임시 추모분향소. 영정이 놓이지 않아 국화와 ‘추모분향소’라는 현수막만 걸려 있는 이 장소는 유가족 대신 취재진과 시청 관계자로 가득했다. 평일 낮 시간인 만큼 방문객의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조의를 표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이따금 눈에 띄었다.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 전지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25일 오후부터 운영되고 있는 화성시청 분향소는 26일 오후 3시 기준 56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정장을 입은 채 찾아온 시민들은 하얀 장갑을 끼고 국화를 단상 위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화성시에서 레미콘 제조 기업을 경영 중인 윤일중(68)씨는 “시청에 용무가 있어 들렀다가 분향소도 찾게 됐다”면서 “우리 회사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5명 정도 있는데 뉴스를 보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전하더라. 이런 일이 일어나서 참담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정치인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정치인들도 분향소 앞으로 조화를 보내 추모했다.
우 의장은 분향소를 직접 찾아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멀리 외국에서 큰 절망을 느끼실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이러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나라를 안전하게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리튬 관련 안전조치나 기준들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분향소에서 유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8명의 사망자가 외국인 근로자였고, 현장에서 소사체(燒死體)로 발견돼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빈소 또한 시신이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져 별도의 공간에 차려지지 않은 상태다. 향후 화성시는 5개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에 대한 장례 절차를 지원할 방침이다.
유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인근 유가족지원실도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적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재까지 화성시 피해통합지원센터와 지역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외국인 희생자 중 16명의 가족이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생자 중 재외동포 비자(F4)가 11명, 방문취업 동포 비자(H2)가 4명으로 집계되는 등 대다수가 동포였던 까닭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8명의 유가족이 DNA 채취를 마무리했고 지원실에는 30여 명이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도 주로 식료품 등을 전달하는 시청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지원실을 오갔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도 연신 “믿기지 않는다”고 흐느끼면서 유가족지원실을 찾아 와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도 있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이날 분향소를 찾아 “사회 취약계층인 외국인 근로자와 재외동포 근로자들이 희생자 명단에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며 “한국말을 몰라 피해가 커졌다는 얘기를 듣고 참 가슴이 아팠다. 재외동포청 차원에서도 이런 피해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유가족을 지원하려는 각계각층의 움직임도 있었다. 서울에서 화성으로 왔다는 법무법인 태강의 조은 대표변호사는 분향을 마친 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지원하고자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고 말했다.
시는 시청 외에도 분향소를 서신면체육관·동탄역·병점역 등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3곳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지만 일시는 미정이다. 결국 신원 확인이 돼야 장례식장 지원과 분향소 추가 설치 등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