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관료는 늘 정권의 우군일까

이승배 정치부 기자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실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네요.”

여권의 한 관계자가 최근 종합부동산세·상속세 개편 논의를 두고 이렇게 전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구체적 과세 범위와 세율을 언급하며 세제개편안에 불을 지폈는데 기재부가 여당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며 섭섭하다는 것이다. 실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대통령실안에 대해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검토 가능한 대안 중 하나”라고 신중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을 취재하다 보면 ‘따로국밥’처럼 뭉친 관료들의 이해관계를 뚫기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관료들이 겉보기에는 대통령과 여당의 뜻을 성실히 이행하는 듯 보여도 결과물은 그들의 경제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불만 섞인 비판은 주로 기재부를 향한다.



국가 예산과 경제정책을 주무르는 기재부의 파워는 세제개편안이 국회 통과 11일 만에 바뀐 지난해 1월 일화로 실감할 수 있다. 당시 전 세계 반도체 기업 간 경쟁 심화로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도 반도체 기업의 투자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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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이에 반도체 시설투자세액공제율(대기업 기준)을 각각 20%, 10%로 올리려 했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재부의 반대로 가장 낮은 정부안(8%)이 관철됐다. 이후 “반도체마저 밀릴 것이냐”는 비판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쉽다’며 조정을 지시하자 그제야 세수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던 기재부가 ‘15% 카드’를 꺼냈다.

관료들이 정권의 프로젝트에 ‘묻지 마’식으로 따르는 것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정권 차원의 유산 만들기에 급급한 정치적 사업들은 타당성을 따지고 제동을 거는 일도 필요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규정·절차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면서 위험 회피 성향이 짙은 관료들에게 정책 주도권을 내주며 과감한 변화가 좌절되는 일이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낸 조윤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관료 출신 참모가 많아진다며 “같은 부처 출신끼리 뭉쳐 현상 유지를 위해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정책이 경직된다”고 지적했다. 정당과 달리 목소리는 내지 않는 정부 관료들에게 포획된 개혁 과제들이 없는지 꼼꼼히 살필 때다. 용산에는 검사 출신보다 행정공무원이 훨씬 많은데 국정과제들은 쌓여만 가지 않는가.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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