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시론]엔비디아 시총 1위 등극의 비결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약진이 눈에 두드러진다. 2020년대 초반까지 인텔과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1·2위를 다투고 있었는데 지난해 엔비디아가 삼성을 추월해 2위로 올라섰다. 6월 초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애플을 앞질렀고 급기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엔비디아의 시총은 2조 달러를 넘은 지 채 4개월도 되지 않아 3조 달러를 달성했고, 주가는 올해 들어 181.5% 상승했다. 최근 들어 엔비디아의 주가가 상당히 가파른 속도로 상승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이렇게 급성장한 것은 최근 주목을 받는 인공지능(AI) 열풍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세계 AI 가속기 시장의 80% 이상을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엔비디아가 AI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엔비디아의 성공 비결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하드웨어)을 선제적으로 공급했고, 개발자들에게는 그 하드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제공함으로써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관련기사



엔비디아는 1993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IBM에서 직접 만든 PC와 컴팩 등의 기업이 만든 IBM 호환 기종이 가정에도 널리 보급됐다. 이 PC는 문서를 작성하거나 계산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가정에서는 이러한 사무 용도에 더해 비디오 게임기와 같이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했고 이를 위해서는 더욱 우수한 컴퓨터 그래픽이 요구됐다. 엔비디아의 창업주인 젠슨 황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IBM PC와 호환 기종에 장착하는 그래픽 카드를 출시했다. 특히 평소 컴퓨터 게임을 즐기던 황은 3차원 그래픽 가속 기술이 중요해지리라 판단해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했고 이런 판단은 적중해 엔비디아는 본격적으로 업계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2006년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해 병렬 계산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인 쿠다(CUDA)를 개발했다. 쿠다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AI 연구자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 AI 개발자들 대부분이 쿠다를 사용해 AI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 또한 쿠다를 중심으로 새로운 GPU와 AI 가속기를 개발해 AI 생태계를 끌어 나가고 있다. 그래픽 카드 회사에서 AI 반도체 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엔비디아가 AI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다 보니 ‘타도 엔비디아’를 외치는 기업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거대 정보통신(IT) 기업들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고 있으며 수많은 팹리스는 엔비디아를 대체할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도 일부 기능은 엔비디아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 이런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만든 것은 단순히 반도체 제품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사 제품인 GPU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쿠다를 개발함으로써 AI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었다.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