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연간 4000만 명 찾는 '도쿄' 만든 것은 디벨로퍼…민관 도시재생개발 협력해야"

■서울부동산포럼 제 68차 오찬 세미나

직주락 가능한 '제3의 도심' 개발한 모리 사례

복합개발과 함께 마을 계획 세워 브랜드 구축

민관 손잡고 한국형 도시재생 복합개발 나서야


"쇄락하던 도쿄를 연간 4000만 명이 찾는 도시로 만든 것은 민간 대형 디벨로퍼입니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 도시가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시대지요. 디벨로퍼들이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도쿄를 바꾼 빌딩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장 전무/사진=김민경 기자‘도쿄를 바꾼 빌딩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장 전무/사진=김민경 기자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장 전무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플래그원 강남캠프에서 열린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SREF) 제 68차 오찬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박 전무는 일본의 대표 디벨로퍼인 '모리빌딩'의 첫 번째 한국인 직원으로 입사해 12년간 도쿄의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했다. 한국모리빌딩 지사장을 거쳐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에서 광운대역세권개발 등을 주도 중이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의 랜드마크가 된 '아자부다이힐스', 옛 거리를 부흥시킨 '마루노우치 마루빌딩' 등 도쿄의 유명 빌딩들의 탄생 과정을 담은 '도쿄를 바꾼 빌딩들 그리고 사람들'을 출판했다.

1990년대 버블 경제가 붕괴한 일본은 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하자 개발을 통한 경제 회복 정책을 펼쳤다. 정부는 도시개발에 민간 자금과 노하우를 쏟아붓기 위해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신설하며 파격적인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을 지원했다. 이에 힘입어 대부분의 대형 디벨로퍼들은 도심 내 주요 역세권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해왔다. 박 전무는 "일본의 도심 복합타운 조성의 시작은 인구 감소"라며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머무르게 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복합개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개별 빌딩이 아니라 도심에 사무실과 주거시설, 교육시설, 상업시설을 모두 갖춘 복합 오피스빌딩을 만드는 '타운 비즈니스'를 사업모델로 성립시키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민간 디벨로퍼가 탄생한 것이다.

모리빌딩의 첫 완성형 사업인 롯본기힐즈 전경/사진=모리빌딩모리빌딩의 첫 완성형 사업인 롯본기힐즈 전경/사진=모리빌딩



박 전무가 몸담은 모리빌딩은 '지역 전체의 변화를 선도하자'는 모토로 일본 최초 민간 재개발인 △롯본기힐즈 △토라노몬힐즈 △아자부다이힐즈 등 사업을 성사시켜 왔다. 이 모리빌딩의 '힐즈 시리즈'는 직주락이 함께하는 도심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제3의 도심' 개발로도 불린다. 박 전무는 "첫 완성형 사업이었던 롯본기힐즈의 경우 설계·기획 단계에서부터 입주자를 고려했다"며 "엘리베이터 대수나 건물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건물을 지어 골드만삭스, 리만브라더스 등 외국계 금융사와 IT회사 등을 임차인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롯본기힐즈의 임대수익은 연간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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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을 연 아자부다이힐즈는 1989년 재개발 사업을 시작해 무려 34년이 소요됐다. 박 전무는 "한 채에 200억 엔(약 2000억 원)에 달하는 펜트하우스와 일본 최고의 명품 식자재 마켓인 '아자부다이힐즈 마켓' 등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건물의 구성"이라며 "지하를 모두 연결하고 지상 녹지공간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카페 등 생활의 용도들과 함께 결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타운 광장도 이벤트만을 위한 광장이 아니라 일상의 활기를 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발했다.

박 전무는 도시재생사업의 핵심 중 하나로 기존 동네와의 연결을 꼽았다. 롯본기힐즈는 50년 넘게 '아자부주방 납량축제'를 개최해온 아자부주방 상점가와 2000년 초부터 협업해 매년 4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축제로 키웠다. 박 전무는 "20년간 매년 4000만 명을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라며 "하드웨어적으로는 복합개발을,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타운 매니지먼트를 해서 동네를 만들고 브랜드를 만드는 이같은 개발 모델을 우리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착공을 앞둔 4조 5000억 원 규모 광운대역세권 복합개발 프로젝트/사진=HDC현대산업개발올해 착공을 앞둔 4조 5000억 원 규모 광운대역세권 복합개발 프로젝트/사진=HDC현대산업개발


그는 국내에서도 '우리만의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복합개발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국가와 민간 디벨로퍼가 함께 사업을 꾸려가는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박 전무는 "일본 대형 디벨로퍼들이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사업 성공 사례를 보여주면서 정부의 신뢰가 높아졌다"며 "국내에서는 민간 디벨로퍼가 정부의 신뢰를 얻을 만큼 성공한 사례가 없어 이를 위해 앞으로 큰 고비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무가 몸담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에서도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광운대역사 일대 철도시설 부지에 상업시설과 호텔, 업무지구 등을 넣는 복합개발사업과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 개발사업, 부산 해운대 마리나시티 개발사업 등이다. 박 전무는 "부동산 경기가 어렵지만 일본의 지난 20년을 보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이라며 "한국도 이제 진입부에 들어선 만큼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은 도시재생 복합개발 사업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개최한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은 부동산 개발 및 금융, 마케팅, 자산 관리 등 업계 오피니언 리더와 부동산 학계 교수, 법률, 회계, 감정평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순수 비영리 단체다. 2003년 63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 약 200명이 활동 중이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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