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등으로 인한 대학병원 경영 악화로 졸업을 앞둔 간호대 학생들이 취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학생들이 신규 간호사의 채용 감소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간대협)은 1일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신규 간호사 채용이 지연 혹은 취소됨에 따라 간호대학생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간대협이 진행한 이번 설문은 지난 6월 26일~30일 전국 197개 간호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1801명이 응답했다.
간대협 설문 결과 ‘지속적인 신규 간호사 채용 인원 감소’ 문제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98.4%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77%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2024년 상반기 대학 병원의 신규 간호사 채용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95.4%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81.1%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간대협에 따르면 간호계 취업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돼왔다. 2018년 450명을 채용했던 서울대병원은 꾸준히 모집 정원을 축소해 2022년 250명, 2023년 50명을 채용했다.
2018년에 신촌·강남세브란스 통합 채용으로 600여 명을 채용했던 연세의료원 역시 2023년 채용 규모가 320명으로 대폭 줄었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채용 규모 축소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 소재 주요 대학병원 중 중앙대학교병원 한 곳만이 2024년 상반기 채용을 실시하는 등 올해 신규 간호사 취업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문에 응답한 간호대 학생들은 이러한 채용 축소 및 지연 문제의 원인으로 ‘간호계의 법제 및 제도적 결함’(72%)과 ‘대학병원의 경영난’(18.5%)을 꼽았다.
제도적 결함이 원인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세부 선택(복수응답)에서 △간호법 부재(84.6%) △간호대학의 지속적인 인원 증원(68.2%) △예비 간호사 적체로 인한 채용 문제 지속(60.4%) △지역의료환경의 개선 부족(49.9%) 등 문제를 꼽았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졸업을 앞두고 있는 예비 간호사들은 어학점수·면접분비 등 취업 준비 난항, 원하지 않는 졸업유예, 간호 국가고시 준비 악영향 등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계유지와 학자금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간대협은 “간호계의 취업난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면서 “열악한 간호사 근무환경으로 인한 쏠림 현상, 지역 병원의 간호사 처우 문제, 무리한 간호대 증원 등 여러 제도적 문제를 들여다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취업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간호 대학생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물론,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간호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