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벙커 샷은 골프에서 가장 어려운 샷에 속한다. 거리 컨트롤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괴짜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올해 US 오픈 마지막 72번째 홀에서 그 어렵다는 50m 벙커 샷을 홀 1.2m 거리에 붙이며 파를 지켜 우승했다. 디섐보는 “내 생애 가장 완벽한 샷이었다”고 했다.
디섐보는 “그 샷의 어려움은 지붕을 뚫을 정도였다”면서 벙커 샷의 성공 비결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그가 꼽은 첫 번째는 자신감이다. 디섐보는 “캐디인 그레그 보딘이 ‘넌 할 수 있어. 난 네가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샷을 해내는 걸 수없이 봐왔어’라는 말을 해줬는데 그게 큰 위안과 힘이 됐다”고 했다.
두 번째는 적절한 페이스 각도다. 디섐보는 “페이스를 반쯤 열고 강하게 때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세영과 최혜진 등을 지도하고 있는 이경훈 코치로부터 보충 설명을 들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50m 정도 벙커 샷을 할 때 멀리 보내기 위해 페이스를 닫고 볼을 직접 맞히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임팩트가 조금만 틀어져도 ‘홈런 볼’이 나오거나 그 반대로 클럽이 모래에 박히는 실수로 이어집니다. 중거리 벙커 샷을 할 때도 페이스를 반쯤 열어주고 일반 벙커샷처럼 볼 뒤 모래를 때려야 큰 실수가 나오지 않아요. 또한 피니시를 끝까지 해 주는 게 중요하죠. 일단 탈출에 목적을 둬야 하잖아요.”
마지막은 적절한 장비의 도움이다. 핑의 글라이드 4.0 웨지를 사용 중인 디섐보는 이전에는 바운스(리딩 에지와 지면이 이루는 각도로 클럽이 땅에 깊숙이 박히지 않도록 함)가 거의 없는 웨지를 사용하다 US 오픈 한 달 전 솔이 넓고 바운스 각도가 충분히 있는 S(스탠다드) 그라인드 모델로 교체했다. 디섐보는 “정말 큰 변화였다”며 “한 달 전에 비해 웨지 게임이 크게 향상됐다”고 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드라이버의 로프트 각도나 샤프트 강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면서도 웨지의 바운스나 그라인드 등에서는 무신경한 경향이 있다. 반대로 프로 골퍼들은 웨지 바운스에 민감하다. 한 번쯤은 자신에게 맞는 정확한 웨지 스펙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