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지난달 27일부터 개별적으로 휴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4일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진료 축소에 들어간다. 전면 휴진 대신 의사들의 진료 재조정을 하기로 했다. 병원들의 휴진과 진료 축소 움직임에 환자와 가족 1000여명은 서울 종로 보식각 앞에 모여 의료 공백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한다.
4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진료 재조정에 나선다. 아산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일주일간 휴진하기로 했으나, 환자 피해 등을 고려해 진료를 축소하고 재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사실상 휴진과 크게 다름없지만, 전면 휴진 대신 당장 시급하게 진료받아야 하는 중증·응급 환자에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병원 비대위에 따르면 진료 재조정 첫날인 이날 주요 수술은 전년 동기 대비 49%, 전주 대비 29% 줄어들 전망이다. 외래 진료 환자는 각각 30.5%, 17.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병원 측은 진료를 축소해도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중증 환자 진료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개인 연차를 쓰는 비율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고, 진료 감소 폭도 미미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이 휴진 중인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고려대병원(12일), 충북대병원(26일)도 진료 재조정 및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의정갈등이 해결될 길 없다고 본 환자와 가족들도 이날 10시 30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 방지법 제정 환자촉구 대회'를 연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소속 102개 환자단체 주최로 개최되며, 경찰에는 1000명이 참여할 걸로 신고했다.
몸이 아픈 환자와 보호자가 주로 활동하는 만큼 환자단체가 직접 거리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다. 이들 단체는 경찰에 1천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집회 신고를 했는데, 이는 환자단체 집회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장맛비가 내리더라도 환자들은 우의를 입고 집회를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집회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미리 공개한 집회 포스터에 "의사 집단행동에 뿔난 국민은 누구나 환영한다"며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와 불안을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공백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는커녕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 삼아 서로 비난하기만 하는 (의정) 갈등 양상에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인이 어떤 집단행동을 하든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만큼은 정상 작동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