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살림살이 더 나빠졌다' …英보수당 예견된 참패

총선 노동당 '압승' 확실시

유고브, 431석 확보 전망

차기 총리 거론 스타머 대표

"희망·기회의 새 시대 열 것"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4일(현지 시간) 영국 노샐러턴 지역의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4일(현지 시간) 영국 노샐러턴 지역의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 시간) 총선을 치르는 영국에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다. 노동당이 전체 의석 중 60% 이상을 차지해 보수당을 참패로 몰아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 출범 이후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며 정권까지 잃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3일 총선 의석수를 예측한 바에 따르면 노동당이 하원 의석 650석 가운데 431석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고브 추정값을 적용한 노동당 예상 의석수는 최소 391석에서 최대 466석이다. 여론조사 기관 서베이션 최종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475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이 대승을 거둔 1997년 419석을 넘어서는 규모다. 주요 언론들은 1832년 영국에서 총선을 처음 치른 이래 단일 정당의 최다 의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14년간의 혼란과 쇠퇴 이후 희망과 기회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보수당의 참패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여 년간 보수당이 보여준 각종 지표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가 2015년 야심차게 추진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후 무역·생산성·투자 등이 모두 악화됐다. EU 탈퇴 후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자 영국 경제가 직격탄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EU 탈퇴 이후 영국의 상품 무역이 선진국 대비 15%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런던 퀸메리대의 필립 카울리 교수는 “수낵이 나쁜 위치에서 시작했고 더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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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호황을 보이는 반면 영국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는 점도 보수당에는 악재다. 영국 의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대비 1.7%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0.3% 성장한 독일보다는 나은 성적이지만 3.4%의 유로존(유로화 통화국) 성장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0.5% 수준으로 전망했다.

설상가상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명분으로 지출을 줄이면서 복지가 악화했지만 정부 적자는 외려 늘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27개 부문으로 나눠 14년 전과 비교 분석해본 결과 13개 부문에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코로나19 파티 등 스캔들까지 겹치며 보수당이 자멸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투표 결과가 나오면 수낵 총리는 곧바로 영국 왕실에 사임 의사를 밝히고 스타머 대표가 총리 관저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스타머 앞에 놓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이민, 공공 서비스 등의 문제와 관련해 국민적 불만이 쌓인 만큼 시작부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당이 기록적인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스타머의 지지율은 부정적”이라면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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