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외칼럼

강남 1등과 지방 1등, 과연 무엇이 다를까[전대근 CEO의 교육과 한국경제]

■전대근 HY교육 대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학업 결과는 전국 평가와 상대 평가 시스템에 의해 서열화됩니다. 14년간 진학 상담을 해온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강남 1등과 지방 1등 모두 학업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자주 느낍니다. 꼴등은 유전자 차이에 의해 결과가 나타날수도 있겠지만, 1등 결과의 차이는 결국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 즉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강남 1등: 치열한 경쟁 속의 강박과 독함

‘강남의 1등은 완벽한 인프라를 갖춘 환경에서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강남 1등은 높은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강박감을 느끼며, 1등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이들은 종종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학원 시스템은 내신 기출문제를 미리 제작해주는 수준까지 발달해 있으며, 선행 학습이 필요한 과목들은 과외를 통해 보강합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러한 환경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습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심리적 부담을 크게 증가시킵니다.

이러한 심리적 부담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강남 1등 학생들은 '완벽주의' 경향을 보이며, 이는 자신과 타인에게 높은 기대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때 심한 자책과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또한, '성과 불안(performance anxiety)'이 만연해 시험이나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존재합니다. 이는 종종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이어지며,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고 무기력함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강남 1등의 현실은 단순한 학업 성과를 넘어 심리적 복잡성과 그로 인한 도전들을 포함합니다. 이들은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데 이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학생들의 심리적 건강을 위한 지원과 균형 있는 학습 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 지방 1등: 비교와 열등감, 그리고 현실적인 선택

관련기사



지방 1등 학생들은 종종 ‘우물 안 개구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울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열등감(inferiority complex)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 학생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서울의 풍부한 자원과 환경을 갖추지 못한 현실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어 보기도 합니다.

지방에서는 사교육의 비중이 인터넷 강의와 과외에 집중됩니다. 내신 성적은 충분히 잘 유지할 수 있지만, 수능 준비를 위해 인터넷 강의가 필수적입니다. 필요한 과목은 과외를 통해 보강하며, 최근에는 온라인 1:1 과외를 많이 활용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경제적인 효율성(사교육비 절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학습 자원의 질과 양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결국, 지방 1등의 현실은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함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한 열등감의 극복을 포함합니다. 이들은 서울의 학생들처럼 풍부한 자원을 갖추지 못했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노력과 의지로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도전은 다양한 학습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며, 이는 경제적 효율성(사교육비 절감)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학습 자원의 질과 양에서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을 동반합니다.

현재 공교육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진 교육 정책들은 모든 학생과 지역을 일반화해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억 이상을 들여 만들어진 '학교어디가?' 사이트는 강남 1등과 지방 1등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합격자 입시 결과를 제공하는데, 실제 제일 많이 활용이 되는 자료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서울과 지방의 중간쯤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실제 해당 부족분을 사교육을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도입 될 고교학점제와 같은 정책에서 인프라와 교사의 수, 양질의 교사가 핵심이 되는 상황에서도 서울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지방의 사교육비 과열현상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개인별, 지역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3800억원을 들여 선도 교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큰 틀의 변화는 환영할 만하지만 과연 사교육비를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강남 1등과 지방 1등은 각기 다른 환경과 심리적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비슷합니다. 교육 정책은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해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강남의 꼴등과 지방의 꼴등도 사교육비 없이 공교육만을 통해 학업은 물론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지역별 맞춤형 접근이 지방교육세, 지방소멸대응기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의 자금을 활용해 지방소멸지역에서 실행된다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이고, 모든 학생이 공정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