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분석

'2.4%' 한숨 돌린 물가라는데…'가스요금' 결국 인상[송종호의 쏙쏙통계]

<21>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6월 소비자물가

3개월 연속 2%…하향 안정 국면 돌입 기대감

농축수산물 1년 전보다 6.5%↑…배 139.6%↑

석유류 4.3%상승…1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

이상기후에 농삭물값·중동 리스크 탓 유가 변수

물가상승 기여도는 외식 물가>농산물>석유류

서울 한 시대 마트에 진열된 배. 연합뉴스서울 한 시대 마트에 진열된 배.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4%로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기획재정부나 통계청이 진행한 물가동향 브리핑도중 한 숨이 사라진 것도 오랜만이었는데 개운치가 않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지는 않을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불안심리를 떨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7월 물가가 2.4%를 기록한 뒤 집중호우와 수해로 인해 물가는 다시 뛰기 시작해 연말까지 3%대에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사과, 배 등 과일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는 것도 부담입니다. 농산물 물가는 9개월 연속 두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석유류와 외식 등 일부 품목의 물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인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금융위원장에 지명된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물가와 관련해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생활물가 상승률도 2%대에 진입했다”며 “향후 특별한 추가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 물가는 당초 정부 전망대로 2% 초중반대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김 차관의 공언대로 2.4%에 이어 더 안정추세를 이어가며 물가는 잡힐까요.

김병환 차관 “2%초중반대로 물가 안정화될 것”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올랐습니다.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고 6월 기준으로는 2021년(2.3%) 이후 3년 만에 최소치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3.1%로 높아진 뒤 지난 4월(2.9%)부터 다시 2%대로 내려앉았습니다.

3.1→2.9→2.4%…농축산물 물가는 6.5%↑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6.5% 상승했습니다. 수산물(0.5%)과 축산물(-0.8%)은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농산물이 13.3% 상승한 탓이 컷습니다. 이상 기후와 병충해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지난해 보다 사과가격은 63.1%, 배는 무려 139.6%가 넘게 올라 과일 물가 고공행진은 계속됐습니다. 이쯤되면 농산물 가격은 잡히지 않았구나 싶는데, 농축수산물 가격이 둔화세를 보인다는 소식도 있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을 진화하기 위해 4일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농식품 수급 및 생육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농축수산물 물가가 전월보다 2.2% 하락해 3월 정점 이후 석 달 연속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전히 농산물 물가가 두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확연한 안정세라니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통계청 발표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즉 전년동월대비 비교였고, 농식품부는 전월 대비였던 차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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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전월대비 수치로 농산물 물가 안정세


두 기준점을 비교하자면 농산물은 전년보다는 13.3% 상승, 전월보다는 5.3% 하락, 과일은 전년보다는 30.8% 상승했지만 전월보다는 2.9% 하락했습니다. 쉽게 말해 월별 추세적으로 농산물 물가도 안정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전년동월대비 올랐다면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 또한 맞습니다. 더구나 제철 과일이 나온 뒤부터 전월대비 과일 가격이 안정세를 찾는다면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겨울철 2월과 봄철 3월의 과일 값을 단순히 월별 추이로만 따져 안정세를 찾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다는 농식품부 말이 공허한 이유입니다.

지난 6월 19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과일이 진열돼 있다. 뉴스1지난 6월 19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과일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이런 와중에 석유류는 1년 전보다 4.3% 상승해 전월(3.1%)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2022년 12월 6.3% 증가한 이후 1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었습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기저효과 영향이라는 게 통계청 설명이었습니다. 한달 전부터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상승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정부가 이달 들어 세수 확보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폭을 축소한 점도 물가 상승세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부터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를 L당 615원에서 656원으로 41원, 경유는 369원에서 407원으로 38원 올렸습니다.

한동안 오름세가 꺾였던 외식 물가도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2월(4.4%)부터 올해 5월(2.8%)까지 6개월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다가, 다시 늘어난 겁니다. 떡볶이(5.9%), 도시락(5.3%) 김밥(5.2%) 비빔밥(4.9%) 치킨(4.9%) 칼국수(4.7%) 구내식당 식사비(4.3%) 김치찌개 백반(4.1%) 쌀국수(4%) 등이 줄줄이 상승했습니다.

가스요금 결국 인상…물가 끌어올린 외식물가 또 들썩


정부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올 하반기에도 2% 초중반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7~8월의 경우 여름철 기후영향, 국제유가 변동성 등으로 물가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고 실제 지난해 7월 이후 물가를 출렁이게 만들었던 것은 이상기후와 국제유가였습니다.

그럼에도 농산물과 석유류의 소비자 물가 기여도는 각각 0.49%포인트, 0.16%포인트였습니다. 반면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의 기여도는 1%포인트에 가까운 0.93%포인트였습니다. 이상 기후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유가 상승을 정부가 막을 수 없어서 개운치 않았던 것이 아니라 떡볶이, 도시락, 김밥 등 4%이상씩 올라버린 외식물가 탓에 찜찜한 여운이 남았던 것은 아니었나 다시 숫자를 보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그간 억눌러왔던 공공요금 인상이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다음달부터 가정집에서 쓰는 가스요금이 6.8%오르게 됩니다. MJ(메가줄)당 1.41원, 일반용은 1.3원이 각각 오릅니다. 민수용 가스요금이 오르는 건 1년 2개월 만. 가스 요금은 모든 물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물가를 끌어올린 기여도가 높은 외식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한숨은 돌렸는데 불안은 더 커집니다. 부디 정부 기대만큼 물가가 안정되길 바랍니다.

※‘쏙쏙통계’는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의 ‘속’ 사정과 숫자 너머의 이야기를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쏙쏙통계’는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의 ‘속’ 사정과 숫자 너머의 이야기를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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