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결선투표제






1946년 시작된 프랑스의 제4공화국 당시 의원내각제 채택으로 정치 혼란이 극심했다. 원로들이 삼고초려해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정계에서 은퇴한 샤를 드골을 지도자로 불러냈다. 강한 행정부를 주장해왔던 드골의 개헌 제안으로 이원집정부제의 제5공화국이 출범했다. 대통령은 외교·국방과 일부 내치를 맡고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는 행정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대통령·의원·지방의원 등 모든 선출직 공직자를 뽑기 위한 결선투표제가 프랑스에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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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도입돼 퍼져 나갔다. 1792년 마련된 프랑스 제1공화국 헌법은 50% 이상의 득표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의 후보 간에 결선투표를 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나폴레옹 3세 치하에서 없어지는 등 이후 폐지와 복원이 되풀이됐다. 현재 러시아·이란 등 80여 개 국가가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한 이 제도는 1차 투표에서 사표를 우려한 몰아주기 투표를 방지해 다당제의 연합 정치에 적합한 장점을 가졌다. 하지만 최종 투표에서 각 정당의 지지도를 공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프랑스 총선에서 1차 투표 때 1위를 했던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7일 2차 투표에서 3위로 밀렸다. 반면 1차에서 코너에 몰렸던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과 중도 노선의 범여권 앙상블이 2차에서 각각 1·2위로 올라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안정과 중도를 바라는 국민들이 극우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결집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것도 중도 실용 노선으로 과감히 변신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세계 정치에서 중도 장악이 핵심 키워드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좌우 극단의 이념에서 벗어나 중도로 확장하고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집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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