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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있는 상조업”…프리드라이프 매각 순항할까 [황정원의 Why Signal]

선수금 2.4조, 부동의 업계 1위

글로벌 PE 높게 평가하나 인수 못해

대명과의 협상도 눈높이 차이로 결렬

1조 밸류, KKR 20% 소수 지분 투자

기업가치 더 높여 성공적 엑시트 꿈꿔





프리드라이프는 회원 수 221만 명, 선수금 2조3980억 원. 총 자산 2조7600억 원으로 부동의 상조업체 1위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올 2월 예비입찰 당시만 해도 베인캐피탈과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검토에 검토를 거듭한 결과 이들 글로벌 PEF는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상조사업 모델을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왜 사망하기 전에 매달 1~2만 원씩 내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종 업계도 없고 가치 평가가 쉽지 않아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 4~5년 뒤에 지금과 같은 식으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게 될 지 불확실한 측면도 있었다. 상조회사는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을 모두 부채로 인식하고, 차후 장례를 치른 시점에 매출이 발생한다. 즉 현재의 재무재표만으로 기업을 평가하기 난해하다.

또 하나 걸림돌은 고객 중 절반 가까이가 하이마트와 결합해 가전제품을 구입하며 가입했다는 점이다. 이들 고객들의 약정 기간이 이제 도래하기 시작해 탈퇴할지 여부가 변수다. 업계에서는 연체율을 포함한 실질 해지율이 20%에 육박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 PEF가 빠지자 국내 전략적투자자(SI)인 대명소노그룹과 매각측이 테이블에 앉았다. 상조업체 3~4위권인 대명스테이션은 선수금이 1조2126억 원으로 프리드라이프를 사면 단번에 1위 자리로 공고히 올라서게 된다. 다만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을 기대한 VIG파트너스에 대명은 너무 낮은 금액을 제시했고, 협상은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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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 리캡(자본재조정)과 매각을 병행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6월 말 우리은행 주선으로 3600억 원 규모의 리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판한 재무적투자자(FI)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프리드라이프 지분 20%를 2000억 원 가량에 인수했다. 전체 기업가치는 약 1조 원으로 평가 받았다. VIG파트너스는 제 값을 받지 못하고 팔기 보다 시간을 두고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중위험·중수익 성격의 투자처를 찾던 KKR과 이해관계가 맞닿은 결과로 풀이된다. KKR은 프리드라이프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해 매년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구성, 투자 전략 수립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조업은 고객 돈을 받아 모은 자산의 절반 가량을 채권, 대체투자, 주식 등의 투자자산으로 운용한다는 측면에서 보험업과 유사하다. 다만 법적인 제약이 있어 보험업계에서는 현시점에서는 진출이 불가능하다.

앞서 VIG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좋은라이프를 시작으로, 2017년 중견상조회사인 금강문화허브와 모던종합상조를 연이어 인수한 뒤 이들 기업을 프리드라이프(2020년 2600억 원에 인수)에 합병하는 ‘볼트온(기업 인수 뒤 유사 업체를 연이어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가치 상승)’ 전략으로 덩치를 키웠다. 투자한 원금은 약 4000억 원이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25% 증가한 2295억 원, 영업이익은 757억 원으로 145% 늘었다. VIG파트너스는 업계 최초로 프리드라이프에 자산운용본부를 신설했다. 또 KB자산운용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자산운용 전문성을 높였다.

국내 상조 산업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 3월 말 기준 가입자가 892만 명에 달하고, 선수금은 9조 4486억 원에 이른다. 선수금은 상조회원 가입자가 계약 약관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납입한 금액으로 상조회사 등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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