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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故 이선균 연기는 인정하나…호불호 갈릴 재난 스릴러 [정지은의 리뷰+]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리뷰

실험견과 공항대교에 갇힌 이들의 사투

故 이선균 열연…주지훈도 빛나

재난 스릴러 클리셰에 고구마 지수는 ↑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 /사진=CJ ENM'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 /사진=CJ ENM




故 이선균 배우의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가 극장가를 찾아왔다. 올해 여름 극장가를 노릴 고예산 영화 라인업이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압도적인 관심을 받게 된 '탈출'. 하지만 몇몇 요소로 인해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예측된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 /사진=CJ ENM'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 /사진=CJ ENM


◇故 이선균 열연...망가진 주지훈도 빛나 = '탈출'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공항대교 위에서 연쇄 추돌 사고와 폭발이 일어나게 되고 그 여파로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딸 차경민(김수안)의 유학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이선균), 사고를 수습하려고 현장을 찾은 렉카 기사 조박(주지훈),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연구원 양 박사(김희원)을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탈출'의 서사는 초반부부터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양 박사의 컴퓨터까지 오류를 일으키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끔찍한 대우를 받았던 실험견들은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중 유일하게 자신에게 이식된 칩을 뽑고 자각을 지니게 된 실험견 'E09'는 다른 개들을 구하기 위해 인간과 맞선다. 동족과 연대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잃지 않은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E09'의 모습은 '혹성탈출'의 시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서사 가운데 빛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故 이선균을 비롯해 작품의 주역들로 나선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소화한다. 그중에서도 렉카 기사 조박 역을 맡아 한없이 가벼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한 주지훈이 눈에 띈다. 애드리브인지 실제 대사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숨 쉬듯이 내뱉는 그의 캐릭터 표현은 작품 곳곳에 배치돼 웃음 지뢰로 터진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 /사진=CJ ENM'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 /사진=CJ ENM


◇고구마 지수, 높아도 너무 높아...개연성도 '부족' = 배우들의 열연에도 '탈출'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고구마 지수다. 재난 스릴러 서사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캐릭터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탈출'도 마찬가지로 양 박사와 같은 이기적인 인물들이 넘쳐나고 고구마 지수를 키우는데 한몫한다. 문제는 고구마 지수가 높아도 너무 높다는 점이다.

재난 영화에 등장하는 클리셰를 그대로 담아낸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미 타 작품에서 본 듯한 행동을 반복한다. 문을 열고 사람들을 살릴 수 있지만 문을 열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못 본 척하는 사람 등 기시감이 드는 악행들을 저지르는 장면들이 연이어 나와 목이 턱턱 막힌다. 문제는 개연성을 깨뜨리며 이러한 상황을 만든다는 점이다. 앞뒤가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장면도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 /사진=CJ ENM'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 /사진=CJ ENM


◇반려견 키우는 사람은 못 볼지도 = '탈출'은 높은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역이나 다름없는 실험견들의 CG가 실제 개들과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리얼하다. 표정 하나, 털 한 올까지도 정교하게 작업한 제작진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제는 이 리얼함 때문에 오히려 꺼려 하는 이들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는 실험견들이 실험을 당하는 장면, 머리에 총을 맞거나 제압되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실험견들이 단순히 인간들을 공격하는 존재가 아닌, 동족과 연대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잃지 않은 피해자로 묘사되기에 이러한 장면들은 더욱 잔인하게 비친다. '픽션으로만 여기고 볼 수 있을 것이냐'라는 질문이야말로 '탈출'의 호불호가 갈릴 하나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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