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해 방위 예산 중 1조 원 이상을 쓰지 못하고 남긴 것으로 추정돼 향후 방위 증세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예산에 계상한 6조8219억엔(약 58조원)의 방위비 가운데 미사용 금액이 1300억엔(약 1조100억원)가량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방위비 불용액으로는 2011년도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도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 복구 사업이라는 특수 요인이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방위사업 계약액과 인건비가 예정된 것보다 적었던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불용 비율이 예년과 비교해 높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본 방위비는 매년 예산의 1∼2%에 해당하는 1000억엔(약 8600억원) 정도가 불용 처리되고 있다.
사업계획 변경으로 계약액이 예정보다 줄거나 환율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일정 수준의 미사용 금액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재무성 관계자는 지난해 불용액이 많이 늘어난 데 대해 “예산을 갑자기 너무 늘리는 바람에 업자와의 조정 등이 따라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말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 관련 예산을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 2%로 늘리고, 2023년도부터 2027년도까지 5년간 방위비 약 43조엔(약 368조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아사히는 “정부가 늘어난 방위 예산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담뱃세를 증가할 방침”이라며 “예산을 다 쓰지 못한 실태가 밝혀져 증세 개시 시기와 관련한 연말 세제 개정 논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방만한 예산은 해상자위대 비리 사건과 연계해 더욱 논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에서는 해자위 잠수함 승조원들이 방위산업체인 가와사키중공업으로부터 음식 및 물품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사히는 이런 불거지면서 “방위 예산 본질에 대한 엄격한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