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CPI 발표후 엔화 급등…日언론 "정부·日銀 개입"

CPI 둔화·금리 인하 기대감 상승 직후

달러당 엔화 161→157.40엔 급변동

"달러강세 약화 틈타 개입, 효과노려"

4·5월 86조원 개입 효과는 2달 반짝

"日銀 유로 환율 개입 준비" 보도도

일본 엔화/EPA연합뉴스일본 엔화/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해 3주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57엔대 중반을 기록했다. 짧은 시간 동안 4엔의 엔고가 진행된 것과 관련해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환율 시장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니치신문은 12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수·달러 매도의 환율 개입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밑돌며 상승세가 3개월 연속 둔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일본 통화 당국이 개입에 나서 급속한 엔고를 연출했다는 게 마이니치의 설명이다. 실제로 CPI 발표 전 달러당 엔화 가치는 161엔대 중반에서 움직였지만, 발표 후 곧바로 160엔대 후반으로 상승(환율 하락)했고, 이후 30분도 안 돼 157.40엔 수준까지 단번에 엔고가 진행됐다. 뉴욕 주재 한 일본 은행의 외환 딜러도 “엔화 가치가 160엔을 돌파해 엔고가 재가속한 시점에 은행 간 거래 참가자들은 ‘이건 개입’이라고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11일 저녁 “개입 유무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시장 다수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에 의한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CPI 발표로) 미국의 달러 강세 압력이 약해진 시점에 일본이 기습 엔저 수정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의 과열이 진정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경제 지표(CPI)와 이를 근거로 한 금리 인하 전망 및 달러 매도와 함께 이를 기회로 삼은 엔화 매수 개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엔화 급등’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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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연합뉴스일본은행/연합뉴스


전날 발표된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이는 전월의 3.3%보다 낮아진 것이며 블룸버그 예상치(3.1%)를 밑도는 수치다. 올 1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폭이기도 하다. CPI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를 찍은 뒤 2023년 6월 이후 3%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올 1~3월은 예상을 웃도는 강도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우려가 강해졌으나 4월 이후부터 둔화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에서는 CPI 뿐만 아니라 7월 들어 서비스업 체감경기 악화와 노동시장 과열 진정을 보여주는 지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가장 최근의 (물가 관련) 월간 지표는 완만한 진전이 더(modest further progress)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 등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시장에 긍정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9월 금리 인하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향후 초점은 일단 멈춘 엔화 약세 기조가 본격적으로 반전될지 여부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말~5월 말 한달간 86조원을 투입, 엔저 저지를 위한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개입 효과는 2개월 만에 사라졌다. 시장 일각에선 “미 연준의 금리 인하와 관련해 ‘연내 2회 인하’까지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고, 새로운 달러 매도를 재촉하려면 금리 인하 가속을 지지하는 경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유로 환율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닛케이는 “환율 개입을 위해 시장 참가자들에게 시세 수준을 묻는 '환율 체크'를 대(對) 유로로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외환 거래 수준을 조회함으로써 엔 매수 환율 개입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엔은 최근 달러 대비 뿐만 아니라 유로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기준 환율은 175엔대 중반으로 이는 1999년에 단일 통화 유로가 성립된 뒤 최저(엔저) 수준이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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